고 이형기(李炯基) 시인 별세

2005.02.05 13:13

미문이 조회 수:516 추천:10



[이형기] '가야할 때를 알고' 아름답게 떠난 시인

▶이형기 시인 인물정보
< 낙 화 >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시인은 알고 있었나 보다.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있었나 보다. 그렇지 않다면, 죽음을 보름 앞두고 어찌 "점 하나로 돌아가는구나"라고 노래할 수 있었겠는가.

"점 하나로 시작되어 만사를 이룩하곤/점 하나로 돌아가는구나/아둥바둥할 것 없다고 하지 말라/그것은 작난이다/가장 엄숙하고 장엄한 작난이다"('놀이의 기하학'에서, '현대시' 2월호 게재.사진(下))

'낙화'의 시인 이형기씨가 2일 오전 10시 20분 숙환으로 별세했다. 73세. 11년 전 뇌졸중으로 쓰러져 지금까지 치료를 받아왔지만 병상에 누워서도 꾸준히 작품을 발표해왔던 그였다. 그러나 시인은 눈을 감은 건 위독하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 30분도 안되서 눈을 감았다. 고인의 마지막 원고를 실은 월간 '현대시' 이재훈 편집장은 "보름 전 전화로 제목 앞에 '놀이의'를 넣어달라는 말씀을 하셨을 때만 해도 총기가 흐트러지지 않았다"며 아쉬워 했다.

경남 진주 출신인 고인은 1949년 '문예'지에 '비오는 날', 이듬해 '코스모스' 등이 추천돼 등단했다. 그때 그의 나이 열일곱 살. 당시 최연소 등단 기록이었다. 62년 '현대문학'에 '상식적 문학론'을 연재하는 등 평론 분야에서도 큰 활약을 보였다. 통신사.일간지 기자 등을 거쳐 87년부터 모교인 동국대 국문학과에서 교수로 재직했다.

권혁웅(한양여대 문예창작과) 교수는 고인의 작품 세계에 대해 "순수 서정시부터 현대 문명을 비판한 모더니즘 시까지 폭넓고 다양하지만 존재론적 고민이 늘 바탕을 이뤄왔다"고 설명했다.

'적막강산'(63년), '절벽'(98년), '존재하지 않는 나무'(2000년) 등 시집 다섯 권과 수필집 '서서 흐르는 강물'(86년) 등 십여 권의 작품을 남겼고, 한국문학가협회상(59년).한국문학작가상(82년) 등을 받았다. 94년부터 2년간 한국시인협회장을 맡기도 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조은숙(68)씨와 딸 여경씨, 사위 김태윤(한국와이어스 대리)씨가 있다. 빈소는 고대안암병원, 발인은 4일 오전 8시. 장례는 이날 오전 9시 서울 도봉구 방학동성당에서 한국시인협회장으로 치른다. 02-929-4099.

손민호 기자 <ploves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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