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신(終身) / 성백군
수평선에 걸려있는 낙조(落照)는
우리들의 어머니입니다
평생을 자식 위해 다 써버리고 이제
더 줄 것이 없자 미련없이 떠나려 합니다
누가 태양 빛이 빨갛다고만 하던가요
누가 태양 빛이 뜨겁다고만 하던가요
마지막 가시는 길이 저리 순한데
지나가는 구름, 들여다보다 남은 힘마저 다 빨아들이고
속이 뒤집어져 벌겋게 드러나 보이네요
약삭빠른 갈까마귀 떼들은
부스러기라도 주워 먹겠다며 잔양(殘陽)을 물고 하늘을 날아가요
날갯죽지에 도금했나 봐요. 반짝반짝 빛이 나네요
점잖다는 화물선도 속을 다 비우고 오느라고 늦었는지
새들의 꼬리를 잡고 구름 사이를 뚫으면서 급했나,
뚜 뚜 경고음을 울리네요. 내 몫은 남겨놓으라고
그렇지만 낙조(落照)는 말이 없어요. 바보천치일까요
아니어요, 어머니는 사랑이니까
당신의 아이들에게 마지막 목숨까지 헌신하는 거예요
야금야금 먹히면서 끝까지 얼굴 한번 붉히지 않으시고
종신(終身)이란 이름으로 와서 제 욕심만 채우려는 자식들에게 정말
종신(終身)자식 되게 해 주시네요
찰칵찰칵 낙조를 찍어대는 사진사들
저들은 어머니의 마음을 알까
어느 화려한 전시장에 오래오래 걸렸으면 좋겠습니다
영원히 종신(終身)할 수 있도록
135 - 04152006
번호 | 분류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98 | 시 | 어둠이 그립습니다 / 성백군 | 하늘호수 | 2019.02.05 | 80 |
97 | 시 | 기미 3.1독립운동 100주년 기념 축시 | 정용진 | 2019.02.22 | 80 |
96 | 시 | 뜨는 해, 지는 해 / 강민경 | 강민경 | 2020.09.27 | 80 |
95 | 시 | 자연이 준 선물 / 泌縡 김원각 | 泌縡 | 2020.03.17 | 80 |
94 | 시 | 럭키 페니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0.06.09 | 80 |
93 | 시 | 동양자수 장미꽃 / 성백군 3 | 하늘호수 | 2021.08.03 | 80 |
92 | 시 | 꽃샘추위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3.03.07 | 80 |
91 | 시 | 나는 외출 중입니다/강민경 | 강민경 | 2019.05.23 | 79 |
90 | 시 | 부부 / 성백군 | 하늘호수 | 2019.01.17 | 79 |
89 | 시 | 촛불/강민경 | 강민경 | 2019.02.03 | 79 |
88 | 시 | 4월, 꽃지랄 / 성백군 2 | 하늘호수 | 2023.05.09 | 79 |
87 | 시 | 봄비, 혹은 복음 / 성벡군 | 하늘호수 | 2015.08.18 | 78 |
86 | 시 | 미얀마 1 | 유진왕 | 2021.07.15 | 78 |
85 | 시 | 코로나 바이러스 1 | 유진왕 | 2021.08.15 | 78 |
84 | 시 | 이국의 추석 달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1.09.22 | 78 |
83 | 시 | 나도 보여 주고 싶다 / 김원각 | 泌縡 | 2020.03.06 | 77 |
82 | 시 | 막힌 길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0.04.14 | 77 |
81 | 시 | 두루미(鶴)의 구애(求愛) / 김원각 | 泌縡 | 2020.10.10 | 77 |
80 | 시 | 꽃잎이 흘러갑니다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3.05.02 | 76 |
79 | 시 | 가을빛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0.10.07 | 7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