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6.12 03:02

해 넘어간 자리 / 성백군

조회 수 234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넘어간 자리 / 성백군

                             

                                                                                         

 

종일 몸살 앓던 대지(大地)

서산에 떨어지자

신열을 토해내며 기지개를 켭니다

굽은 등이 펴지고 팔다리가 뻗칠 때마다

관절 사이에서 어둠이 기어나와 발바닥을 핥습니다

침묵은 깨어지고

발등으로, 무릎으로, 언어(言語)들이 올라와

귀가 밝아집니다.

 

한낮의 열기가 밀리는 자리에

밤의 정령들이 들어오는 소리를 듣습니다

억눌린 육신을 덮어주고

소외된 영혼이 위로를 받습니다

 

삶이 같지 않더라도

생욕은 영원하고

고난의 앞자리가 아프긴 하지만

끝자리도 있습니다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하나님의 사랑을 알면

고난 속에도 기쁨이 있는 것임을 깨닫게 됩니다

 

어둠이 깊어 갈수록 별들은 밝아지고

별이 똑똑할 때마다  어둠은 어리석어집니다

양지가 음지되고 음지가 양지되는 넘어간 자리에는

미운정 고운정이 들어있는

편안한 행복이 있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98 낙원은 배부르지 않다 강민경 2016.10.01 237
797 나 같다는 생각에 강민경 2015.07.13 237
796 새 냉장고를 들이다가/강민경 강민경 2019.03.20 237
795 바다 / 성백군 하늘호수 2018.07.25 237
794 무심히 지나치면 그냥 오는 봄인데 강민경 2014.04.11 236
793 물웅덩이에 동전이 강민경 2018.04.19 234
» 해 넘어간 자리 / 성백군 하늘호수 2019.06.12 234
791 낙원동에서 강민경 2014.02.23 233
790 나목의 가지 끝, 빗방울 / 성백군 하늘호수 2023.05.23 232
789 밤송이 산실(産室) 성백군 2013.11.03 231
788 십년이면 강, 산도 변한다는데 강민경 2014.02.25 231
787 그리움이 쌓여 file dong heung bae 2014.08.22 231
786 당신은 내 심장이잖아 강민경 2015.08.29 231
785 살아 있음에 강민경 2016.02.26 230
784 어머니의 향기 강민경 2014.05.13 229
783 비빔밥 2 성백군 2015.02.25 229
782 바닷가 금잔디 강민경 2015.11.28 229
781 흙, 당신이 되고 싶습니다 강민경 2015.10.17 229
780 당신은 나의 꽃/강민경 강민경 2018.11.30 229
779 희망을 품어야 싹을 틔운다 강민경 2016.10.11 228
Board Pagination Prev 1 ... 5 6 7 8 9 10 11 12 13 14 ... 49 Next
/ 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