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8.02 23:03

백제의 미소

조회 수 647 추천 수 35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백제의 미소





농부의 얼굴에서 막 땀을 씻어 낸 늦여름 들녁, 젖은 바람 지나가는 *황룡강의 황혼무렵에 허리굽은 노인의 걸음을 따라 서서히 그늘 짙어가는 황토길 위로 풀한포기 흔들리다가 펄럭이다가 고단한 아낙의 머리위에 얹힌 물항아리 속으로 출렁, 출렁이는 웃음을 들었던가,말았던가 숨 죽이다가 소리소문없이 퍼지는 허연연기가 실날같은 물줄기 야윈 허리를 타고 오는 것을 연신 내쉬는 물풀들의 숨소리 함께 흘러 흘러서 두 손 꼭 모아쥔 영산강 줄기를 따라 합장, 그 소문 벌써 다 들었다는 듯이 잎새 더욱 바짝 고개를 쳐들어 함께 묻혀 갈 세상쪽으로 온 몸 흔드는데, 스스로가 강이되고 바람이되고 흙이 되었다는 이땅 꼭꼭 밟고간 백제사람의 저문 꿈이 소들의 긴 걸음 따라 누가 뭐랄 것도 없이 짚신만 덜렁 허리춤에 차고 고향 떠났다는 임진년의 아우성도 구절초, 철쭉, 진달래 꽃 뿌리 뿌리마다 두 눈에 밟혔어도 다함이 없는자애, 끊어진적 없다는 질기디 질긴 삼줄마냥 그마음 엮어엮어 마침내 이어야 할, 네 숨결 한갈피 찾다 찾다 못찾을 것이어든, 저 찢겨진 벌판에 한데 뭍혔어도 좋았을 몸뚱아리 저려오는 아픔을 더듬어 허옇게 센 머리칼로 잠시 가린 아버지의 핏줄 붉어진 울음 속으로 풀씨같은 사람들의 노래가 둥둥 떠서 지천으로 널린 돌 속에 숨은 천년, 푸르스름 번져 오는 것을,


*광주광역시에 있는 영산강 줄기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2 당신을 사랑합니다. 장광옥 2004.08.29 357
» 백제의 미소 임성규 2004.08.02 647
20 고래 풀꽃 2004.07.25 515
19 동화 당선작/ 착한 갱 아가씨....신정순 관리자 2004.07.24 936
18 희곡 다윗왕가의 비극 -나은혜 관리자 2004.07.24 1401
17 희곡 다윗왕과 사울왕 -나은혜 관리자 2004.07.24 1400
16 돼지와팥쥐 -- 김길수- 관리자 2004.07.24 475
15 이승하 어머니께 올리는 편지 관리자 2004.07.24 527
14 김신웅 시인의 시세계(문예운동) / 박영호 관리자 2004.07.24 827
13 내가 사랑하는 소리들 관리자 2004.07.24 533
12 아버님께 올리는 편지 -이승하 관리자 2004.07.24 1240
11 연꽃과 연등 - 나마스테 관리자 2004.07.24 803
10 묻지도 말고 쭉- - 나마스테 관리자 2004.07.24 525
9 쿼바디스 나마스테- 나마스테 관리자 2004.07.24 537
8 나는 너를 너무 힘들게 한다 -홍해리 관리자 2004.07.24 597
7 꿈속으로 오라 관리자 2004.07.24 492
6 김선일, 그대는 죽지 않았다 -오정방 관리자 2004.07.24 385
5 삼악산을 올라 보셨나요?-오정방 관리자 2004.07.24 328
4 기러기 떼, 줄지어 날아가는 이유는-오정방 관리자 2004.07.24 458
3 강을 보며, 바다를 보며-오정방 관리자 2004.07.24 438
Board Pagination Prev 1 ... 105 106 107 108 109 110 111 112 113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