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3.06 15:12

흔들리는 집

조회 수 183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흔들리는 집


                                                                   이 월란




언제부터였을까
노인성 백내장으로 한쪽으로만 보시던 내 아버지
버릇처럼 한쪽 손으로 회백색으로 흐려진 수정체를 가리시곤
뗏다 붙였다 뗏다 붙였다
<한쪽으론 정확한 거리측정이 역시 불가능해>
사물을 재어보시곤 하시던 내 아버지
저만치 슬픔이 아른거리며 다가올 때나
이만치 눈물겨움이 그림자처럼 스쳐지나갈 때마다
나도 모르게 한쪽 눈을 가렸다 뗏다 거리측정을 한다
명절이면 표준말을 쓰는 곱상한 남매를 데리고 손님처럼 묵고가던
내 아버지 쏙 빼닮은 배다른 오빠가 문득 고향처럼 보고파질 때
나도 한쪽 손을 올렸다 내렸다 삶의 초점을 다시 맞춘다
가까운 것들과 먼 것들이 늘 뒤섞여 있던 내 아버지의 시야 속으로
조심스럽게 걸어들어간다
알뜰히 물려주고 가신, 미워할 수 없는 불손한 유전자를 너머
<나는 당신의 딸입니다> 지령받은 사랑의 형질로
너무 멀어 그리워만지는 것들을
너무 가까워 안일해만지는 것들을
나도 한번씩 내 아버지의 거리측정법으로 파악해 보는 습관
아른아른 멀어진 걸어온 지난 길들은
생의 압력으로 시력을 잃어가는 푸르스름한 눈동자 속에
흔들리는 집을 지어버린 나의 착시였을까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263 (동영상시) 어느 따뜻한 날 One Warm Day 차신재 2016.12.01 74500
2262 화가 뭉크와 함께 이승하 2006.02.18 2303
2261 (낭송시) 사막에서 사는 길 A Way To Survive In The Desert 차신재 2016.02.25 1924
2260 불러봐도 울어봐도 못 오실 어머니 이승하 2010.08.26 1550
2259 봄의 왈츠 김우영 2010.03.03 1418
2258 희곡 다윗왕가의 비극 -나은혜 관리자 2004.07.24 1401
2257 희곡 다윗왕과 사울왕 -나은혜 관리자 2004.07.24 1400
2256 가시버시 사랑 김우영 2010.05.18 1391
2255 리태근 수필집 작품해설 김우영 2010.07.11 1338
2254 김천화장장 화부 아저씨 이승하 2009.09.17 1308
2253 아버님께 올리는 편지 -이승하 관리자 2004.07.24 1242
2252 김우영 작가의 산림교육원 연수기 김우영 2012.06.25 1206
2251 플라톤 향연 김우영 2010.02.24 1195
2250 중국 김영희 수필 작품해설 김우영 2011.06.18 1180
2249 우리 시대의 시적 현황과 지향성 이승하 2005.02.07 1144
2248 코메리칸의 뒤안길 / 꽁트 3제 son,yongsang 2010.08.29 1138
2247 미당 문학관을 다녀 오면서 file 김사빈 2010.06.23 1075
2246 노벨문학상 유감 황숙진 2009.10.11 1073
2245 돌아가신 어머니, 아버지가 남긴 편지 이승하 2011.04.30 1064
2244 체험적 시론ㅡ공포와 전율의 세계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이승하 2009.10.14 1048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