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8.24 06:37

한낮의 정사

조회 수 345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한낮의 정사 / 성백군


좀 참지, 한낮인데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급했나 봐
검은 구름이 장대 같은 빗줄기를 내리꽂는다

숨 막히도록 열기를 뿜어내면서
젖어 드는 대지(大地)를 보다보다 노한 하늘이 마침내
더는 참을 수 없다는 듯 고래고래 천둥을 치는데
섬광이 번쩍인다. 질투의 화신이다.
바람[風]으로 초목(草木)를 움켜잡고
발길로 차고
주먹질로 산과 들판을 마구잡이로 두들겨 팬다

대지(大地)의 서방질이다
그게 팬다고 그만둘 일이던가
바람이란 본래 한번 시작하면
물이 나오고, 몸이 젖고, 주변을 적시고, 홍수가 나고,
끝내 살림살이 박살 내고 패가망신해야만 끝나는 것인데
그래도 그동안 살아온 정이 더러워서
그만두었으면 하는 미련은 있는 것인데---

태풍이 지나가고
바람은 끝이 나고
여기저기 벗어놓은 옷처럼 나뭇잎이 나뒹굴고
누가 보든지 말든지
욕정을 다 채운 대지(大地)는 정사 후 퍼드러진 잡년처럼
꼼작 않는다.
이곳저곳 풍수(風水) 피해 지역을 남겨놓고
그게 만족인지 허전함인지 알 수 없지만, 기꺼이
하늘의 처분을 기다리면서

   620 - 08072014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921 내가 세상의 문이다 강민경 2014.10.12 169
920 가을 밤송이 성백군 2014.10.10 300
919 그늘의 탈출 강민경 2014.10.04 182
918 비굴이라 말하지 말라 성백군 2014.10.01 175
917 바람의 독도법 강민경 2014.09.27 138
916 종신(終身) 성백군 2014.09.22 245
915 시간은 내 연인 강민경 2014.09.14 172
914 얼룩의 초상(肖像) 성백군 2014.09.11 183
913 끝없는 사랑 강민경 2014.09.01 300
912 유쾌한 웃음 성백군 2014.08.31 149
» 한낮의 정사 성백군 2014.08.24 345
910 외로운 가로등 강민경 2014.08.23 442
909 그리움이 쌓여 file dong heung bae 2014.08.22 228
908 8월은 성백군 2014.08.11 146
907 진짜 촛불 강민경 2014.08.11 161
906 저 하늘이 수상하다 성백군 2014.08.07 243
905 너를 보면 강민경 2014.07.28 265
904 오디 성백군 2014.07.24 240
903 새들은 의리가 있다 강민경 2014.07.21 252
902 7월의 향기 강민경 2014.07.15 280
Board Pagination Prev 1 ... 63 64 65 66 67 68 69 70 71 72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