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235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처마 길이와 치마폭과 인심 / 성백군

 

 

길을 가다가

갑자기 소나기를 만나

미처 피하지 못하고 옷이 흠뻑 젖었다

내 어릴 적

고향 마을은 가난했지만

지붕마다 처마가 있어

비가 오면 피하며 잠시 쉬어갈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그때보다 백배는 잘 사는데

눈 씻고 봐도 처마는 없다

지붕 위에 화단은 있지만, 처마는 없다

처마가

인심과 무슨 상관이 있겠냐만

내 마음엔 잘 살수록 점점 저만 알고

인심이 각박해지는 세상 같아서

느닷없이 오늘처럼 비를 맞는 날이면

피할 처마가 있는 옛집이 그립고

까닭 없이 비에게처럼 남에게 당하다 보면

꼭 낀 짧은 치마를 입고 몸매 자랑하는 젊은 여자보다는

폭넓은 한복 치마를 즐겨 입으시고

그 폭으로 늘 나를 감싸주시고 보호해 주시던

지금은 고인이 되셨지만

평생 화장품 한번 안 쓰셨던 어머니가 보고 싶어진다

보기에 좋다고, 살림이 넉넉하다고

다 좋은 건 아닌 것 같아

사는 게 좀 그렇다

 

    813 - 04282017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201 [삼월의 눈꽃] / 松花 김윤자 김윤자 2005.03.13 439
2200 Exit to Hoover 천일칠 2005.02.19 182
2199 Indian Hill 천일칠 2005.02.22 252
2198 꽃잎의 항변 천일칠 2005.02.28 279
2197 밤에 하는 샤워 서 량 2005.03.13 392
2196 동백꽃 천일칠 2005.03.17 245
2195 산수유 움직이고 서 량 2005.03.28 220
2194 K KOREA에서 C COREA로 갑시다 이남로 2005.03.30 422
2193 아침이면 전화를 건다 김사빈 2005.04.02 324
2192 깎꿍 까르르 김사빈 2005.04.02 329
2191 산(山) 속(中) 천일칠 2005.04.04 258
2190 그렇게 긴 방황이 김사빈 2005.04.09 305
2189 꿈꾸는 산수유 서 량 2005.04.02 351
2188 재외동포문학의 대약진 이승하 2005.04.09 357
2187 월터 아버지 서 량 2005.04.11 305
2186 사모(思慕) 천일칠 2005.04.26 207
2185 아침에 나선 산책 길에 김사빈 2005.05.04 257
2184 유나의 웃음 김사빈 2005.05.04 453
2183 밤에 피는 꽃 서 량 2005.05.06 684
2182 연두빛 봄은 김사빈 2005.05.08 342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