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254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한계령을 위한 연가


                                  문정희

 
한겨울 못 잊을 사람하고 한계령쯤을 넘다가
뜻밖의 폭설을 만나고 싶다


뉴스는 다투어 수십 년 만의 풍요를 알리고
자동차들은 뒤뚱거리며
제 구멍들을 찾아가느라 법석이지만
한계령의 한계에 못 이긴 척 기꺼이 묶었으면


오오 눈부신 고립
사방이 온통 흰 것뿐인 동화의 나라에
발이 아니라 운명이 묶었으면


이윽고 날이 어두워지면
풍요는 조금씩 공포로 변하고
현실은 두려움의 색채를 드리우기 시작하지만
헬리콥터가 나타났을 때에도
나는 결코 손을 흔들지 않으리
헬리콥터가
눈 속에 갇힌 야생조들과 짐승들을 위해
골고루 먹이를 뿌릴 때에도
시퍼렇게 살아 있는 젊은 심장을 향해
까아만 포탄을 뿌려대던 헬리콥터들이
고라니나 꿩들의 일용할 양식을 위해
자비롭게 골고루 먹이를 뿌릴 때에도
나는 결코 옷자락을 보이지 않으리


아름다운 한계령에 기꺼이 묶여
난생 처음 짧은 축복에
몸 둘 바를 모르리



문협월보  <12월의 시>작품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163 졸업식은 오월의 함성 강민경 2018.05.18 182
1162 C. S. ㄱ. ㄹ. 의 조화(調和) / 필재 김원각 泌縡 2019.08.19 182
1161 신선이 따로 있나 1 유진왕 2021.07.21 182
1160 하소연 유성룡 2005.11.27 181
1159 발자국 성백군 2005.12.15 181
1158 세상 살아 갈 수 있는 여기는 김사빈 2007.06.04 181
1157 인생 성백군 2012.02.10 181
1156 10월의 형식 강민경 2015.10.07 181
1155 파도에게 당했다 / 성백군 하늘호수 2020.12.10 181
1154 용서를 구해보세요 김원각 2 泌縡 2021.02.28 181
1153 산동네 불빛들이 강민경 2011.10.30 180
1152 나의 가을 강민경 2011.12.22 180
1151 나와 민들레 홀씨 강민경 2012.10.04 180
1150 사랑의 멍울 강민경 2013.05.27 180
1149 어둠 속 날선 빛 성백군 2014.11.14 180
1148 풀루메리아 꽃과 나 강민경 2016.04.10 180
1147 수필 5월을 맞으며 son,yongsang 2016.05.05 180
1146 하와이 단풍 강민경 2017.10.24 180
1145 신(神)의 마음 작은나무 2019.03.29 180
1144 기회 작은나무 2019.06.22 180
Board Pagination Prev 1 ... 51 52 53 54 55 56 57 58 59 60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