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2.26 14:33

광녀(狂女)

조회 수 16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광녀(狂女)


                                                                             이 월란





이 많은 위태한 진실들을 딛고도 우린 당당히 서 있는데
그녀는 발이 빠졌다
이 많은 거짓들을 상식이라 우린 유유히 흘려 보냈는데
그녀는 붙들고 놓아주지 못한다
깃털처럼 가벼워지고, 보헤미안처럼 정처없어진 사랑에
우린 잠시 가슴 절였을 뿐인데
그녀의 달아난 가슴은 평생 돌아오지 않는다
고막을 찢는 온갖 소음들 사이를 방음고막을 가진 우리들은
조용히 걸어가고 있는데
그녀는 불협화음이라 손가락마다 피가 맺히도록 조율하고 있다
우린 <돈이 전부가 아니야>라며 돈만 열심히 헤아리고 있는데
그녀는 <돈이 전부일 때가 더 많았어>라며 열심히 마음만 헤아리고 있다
잊을 것들, 잊지 말아야 할 것들, 다 잊은척 우린 충실히 무대를 누비는데
그녀는 잊을 것들, 잊지 말아야 할 것들,
하나같이 잊지 못해 오늘의 대본조차 잊어버렸다
삶의 시작과 끝을 마주 들고 서 있다면 살짝 미치는 것이 도리일진대
우린 도리를 잊어버리고 자꾸만 독해지는데
그녀는 도리를 다 해야만 한다고 삶의 시작과 끝을 바꿔버렸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023 늦가을 억새 / 성백군 1 하늘호수 2021.12.08 167
1022 잔설 강민경 2006.03.11 166
1021 연륜 김사빈 2008.02.10 166
1020 하다못해 박성춘 2008.03.25 166
1019 눈 감아라, 가로등 / 성백군 하늘호수 2018.03.11 166
1018 미개한 집착 1 유진왕 2021.07.13 166
1017 시조 물소리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2.03.15 166
1016 모래성 강민경 2007.03.19 165
1015 희망은 있다 강민경 2012.12.26 165
1014 진짜 촛불 강민경 2014.08.11 165
1013 겨울의 무한 지애 강민경 2015.12.12 165
1012 가을 눈빛은 채영선 2015.09.08 165
1011 12월의 결단 강민경 2016.12.26 165
1010 길 잃은 새 강민경 2017.06.10 165
1009 그리움 하나 / 성백군 하늘호수 2017.09.08 165
1008 꽃 앞에 서면 강민경 2018.05.11 165
1007 어느새 비 그치고 / 성백군 하늘호수 2018.05.14 165
1006 바람산에서/강민경 강민경 2018.08.13 165
1005 전자기기들 / 성백군 하늘호수 2018.12.11 165
1004 처음 가는 길 1 유진왕 2021.07.26 165
Board Pagination Prev 1 ... 58 59 60 61 62 63 64 65 66 67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