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2.30 08:56

담쟁이에 길을 묻다

조회 수 27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담쟁이에 길을 묻다 / 성백군


집, 안과 밖
세상 이쪽과 저쪽 사이, 회색 벽돌담 위를
봄 여름 지나 가을까지 줄곧
초록으로 단풍으로 기어 오르던 담쟁이가
지난밤 된서리 맞고 비밀을 드러냈습니다

낙엽 한 잎 두 잎 땅 위에 쌓일 때는
억척스럽다는 담쟁이도 별수 없다 여겼더니
지금은 겨울 한 철 일손을 놓고 잠시 쉴 때라며
그동안 일군 성과를 담 위에 내려놓았습니다

아무도 넘을 수 없는
난공불락의 요새 같은 담장 위에 길이 났습니다
담을 타고 다니며 사방으로 얽힌 까만 줄기는
소통을 원하는 억눌린 사람들의 호소처럼 힘이 있습니다
삶을 찾아 이동하는 개미들의 행렬입니다

선구자처럼
한 생애 목숨 다해
회색 공터 위에 길을 터 놓았으니
이제는 가서 깃발만 꽂으면 된다고
발밑 수북한 낙엽들이
내 발길을 툭툭 치며 힘을 보탭니다

    643 - 12052014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943 하늘처럼 / 성백군 하늘호수 2018.09.22 87
942 가을에게/강민경 강민경 2018.09.23 134
941 불편한 관계/강민경 강민경 2018.09.23 141
940 가슴으로 찍은 사진 강민경 2018.10.01 139
939 나무 뿌리를 보는데 강민경 2018.10.08 149
938 가을 편지 / 성백군 하늘호수 2018.10.11 206
937 사랑은 그런 것이다/강민경 강민경 2018.10.14 108
936 가을 퇴고 / 성백군 하늘호수 2018.10.19 211
935 나를 먼저 보내며 강민경 2018.10.21 198
934 팥빙수 한 그릇 / 성백군 하늘호수 2018.10.30 81
933 폴짝폴짝 들락날락 강민경 2018.11.07 136
932 짝사랑 / 성백군 하늘호수 2018.11.13 108
931 빛의 일기 강민경 2018.11.15 111
930 덫/강민경 강민경 2018.11.23 109
929 H2O / 성백군 하늘호수 2018.11.24 222
928 밤, 강물 / 성백군 하늘호수 2018.11.30 103
927 당신은 나의 꽃/강민경 강민경 2018.11.30 229
926 소망과 절망에 대하여 강민경 2018.12.05 104
925 전자기기들 / 성백군 하늘호수 2018.12.11 165
924 12월 강민경 2018.12.14 63
Board Pagination Prev 1 ... 62 63 64 65 66 67 68 69 70 71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