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 상자 앞에서/강민경
슈퍼에 갔다가
좌판 위에 놓인
검은 오디 상자 앞에서
나는 영락없는 옛사람이다
주둥이 까맣게 물들이며
네 것, 내 것, 구별 없이 질리도록
나눠 먹던 생각에 군침이 돌아
쉽게, 작은 오디 상자를 들었다가
높은 가격표에 밀려 손힘이 풀리고
가난했지만 서로 배려하던
풋풋하고 따끈따끈하던
옛 인심만으로 허기를 채운다
흔해서 하찮게 여기던 것들이
때를 만나 이리 귀한 대접을 받는데
하물며, 사람 목숨은 왜 자꾸
내리막길을 구르는 돌 취급을 받는지!
세월호 사건의 참담한 현실 앞에서
네 탓, 내 탓만 찾다가
제 뱃속 썩는 냄새에 붙들려
하늘 찔러대는 한 숨소리에 닫힌 귀
내가 먼저 본이 되지 못하였으니
누구를 탓하겠는가
오늘에야 겨우, 슈퍼 좌판 위 자리한
작은 오디 한알 한알에 새겨진 귀중함을 본다.
번호 | 분류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903 | 수필 | 메아리 | 작은나무 | 2019.02.21 | 190 |
902 | 시 | 기미 3.1독립운동 100주년 기념 축시 | 정용진 | 2019.02.22 | 79 |
901 | 시 | 이름 2 | 작은나무 | 2019.02.23 | 143 |
900 | 시 | 자목련과 봄비 / 성백군 | 하늘호수 | 2019.02.26 | 107 |
899 | 수필 | 믿음, 소망, 그리고 사랑.... | 작은나무 | 2019.02.27 | 156 |
898 | 수필 | 바람찍기 | 작은나무 | 2019.02.28 | 216 |
897 | 시 | 커피 향/강민경 | 강민경 | 2019.02.28 | 127 |
896 | 시 | 그리움의 시간도 | 작은나무 | 2019.03.01 | 88 |
895 | 시 | 기미3.1독립운동 100주년 기념 축시 | 정용진 | 2019.03.02 | 169 |
894 | 기타 | 시간 그리고 사랑 (작은나무의 작은생각) | 작은나무 | 2019.03.04 | 128 |
893 | 시 | 기미3.1독립운동 100주년 기념 축시 | 정용진 | 2019.03.05 | 135 |
892 | 기타 | 고백(1) | 작은나무 | 2019.03.06 | 176 |
891 | 시 | 묵언(默言)(2) | 작은나무 | 2019.03.06 | 189 |
890 | 시 | 봄날의 고향 생각 | 강민경 | 2019.03.10 | 255 |
889 | 시 | 새분(糞) | 작은나무 | 2019.03.12 | 184 |
888 | 시 | 복이 다 복이 아니다 / 성백군 | 하늘호수 | 2019.03.12 | 163 |
887 | 시 | 고백 (6) | 작은나무 | 2019.03.14 | 141 |
886 | 시 | 별이 빛나는 밤에 | 작은나무 | 2019.03.17 | 87 |
885 | 시 | 산길 / 성백군 | 하늘호수 | 2019.03.19 | 190 |
884 | 시 | 새 냉장고를 들이다가/강민경 | 강민경 | 2019.03.20 | 23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