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3.30 17:19

바퀴벌레 자살하다

조회 수 14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바퀴벌레 자살하다 / 성백군

 

 

죽었다

아침에 보니

식탁 위 물그릇에 담가놓은 꿀단지 앞에서

바퀴벌레 한 마리 자살했다

우리도

단것만 좋아하다 보면

저리되지 말라는 법은 없는 법

누가 밀어 넣은 게 아니다

밤새도록 단지 뚜껑을 핥으며 애쓰다가

()이 넘쳐서 스스로 뛰어든 것일 게다

 

단것이 꿀뿐이겠는가

부도, 명예도, 권세도, 기호도, 무엇이든

욕심이 과한 자에게는 다 단것이 되는 것을

자살한 것은 바퀴벌레만이 아니다

체면과 도덕과 윤리와 양심을 잃어버린

사람들 안에 있는 또 다른 사람

나에게는 없는가?

바퀴벌레, 그 주검이 징그럽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142 두 손을 마주하여 그리움을 만든다 백야/최광호 2005.09.15 296
2141 아이들과갈비 강민경 2005.09.19 298
2140 노숙자 성백군 2005.09.19 173
2139 그렇게 그때 교태를 서 량 2005.09.19 259
2138 코스모스 길가에서 천일칠 2005.09.26 171
2137 식당차 강민경 2005.09.29 301
2136 가을단상(斷想) 성백군 2005.10.05 232
2135 코스모스 날리기 천일칠 2005.10.10 311
2134 달팽이 여섯마리 김사빈 2005.10.12 267
2133 한 사람을 위한 고백 천일칠 2005.10.13 255
2132 무서운 빗방울들이 서 량 2005.10.16 170
2131 일상이 무료 하면 김사빈 2005.10.18 353
2130 펩씨와 도토리 김사빈 2005.10.18 276
2129 쌍무지개 강민경 2005.10.18 200
2128 추일서정(秋日抒情) 성백군 2005.10.23 414
2127 가을묵상 성백군 2005.11.06 172
2126 뉴욕의 하늘에 / 임영준 뉴요커 2005.11.11 232
2125 지역 문예지에 실린 좋은 시를 찾아서 이승하 2005.11.11 651
2124 도마뱀 강민경 2005.11.12 241
2123 오래 생각하는 이순신 서 량 2005.11.14 242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