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8.02 23:03

백제의 미소

조회 수 648 추천 수 35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백제의 미소





농부의 얼굴에서 막 땀을 씻어 낸 늦여름 들녁, 젖은 바람 지나가는 *황룡강의 황혼무렵에 허리굽은 노인의 걸음을 따라 서서히 그늘 짙어가는 황토길 위로 풀한포기 흔들리다가 펄럭이다가 고단한 아낙의 머리위에 얹힌 물항아리 속으로 출렁, 출렁이는 웃음을 들었던가,말았던가 숨 죽이다가 소리소문없이 퍼지는 허연연기가 실날같은 물줄기 야윈 허리를 타고 오는 것을 연신 내쉬는 물풀들의 숨소리 함께 흘러 흘러서 두 손 꼭 모아쥔 영산강 줄기를 따라 합장, 그 소문 벌써 다 들었다는 듯이 잎새 더욱 바짝 고개를 쳐들어 함께 묻혀 갈 세상쪽으로 온 몸 흔드는데, 스스로가 강이되고 바람이되고 흙이 되었다는 이땅 꼭꼭 밟고간 백제사람의 저문 꿈이 소들의 긴 걸음 따라 누가 뭐랄 것도 없이 짚신만 덜렁 허리춤에 차고 고향 떠났다는 임진년의 아우성도 구절초, 철쭉, 진달래 꽃 뿌리 뿌리마다 두 눈에 밟혔어도 다함이 없는자애, 끊어진적 없다는 질기디 질긴 삼줄마냥 그마음 엮어엮어 마침내 이어야 할, 네 숨결 한갈피 찾다 찾다 못찾을 것이어든, 저 찢겨진 벌판에 한데 뭍혔어도 좋았을 몸뚱아리 저려오는 아픔을 더듬어 허옇게 센 머리칼로 잠시 가린 아버지의 핏줄 붉어진 울음 속으로 풀씨같은 사람들의 노래가 둥둥 떠서 지천으로 널린 돌 속에 숨은 천년, 푸르스름 번져 오는 것을,


*광주광역시에 있는 영산강 줄기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145 두 손을 마주하여 그리움을 만든다 백야/최광호 2005.09.15 296
2144 아이들과갈비 강민경 2005.09.19 319
2143 노숙자 성백군 2005.09.19 173
2142 그렇게 그때 교태를 서 량 2005.09.19 260
2141 코스모스 길가에서 천일칠 2005.09.26 172
2140 식당차 강민경 2005.09.29 302
2139 가을단상(斷想) 성백군 2005.10.05 239
2138 코스모스 날리기 천일칠 2005.10.10 311
2137 달팽이 여섯마리 김사빈 2005.10.12 268
2136 한 사람을 위한 고백 천일칠 2005.10.13 256
2135 무서운 빗방울들이 서 량 2005.10.16 170
2134 일상이 무료 하면 김사빈 2005.10.18 354
2133 펩씨와 도토리 김사빈 2005.10.18 277
2132 쌍무지개 강민경 2005.10.18 202
2131 추일서정(秋日抒情) 성백군 2005.10.23 415
2130 가을묵상 성백군 2005.11.06 181
2129 뉴욕의 하늘에 / 임영준 뉴요커 2005.11.11 235
2128 지역 문예지에 실린 좋은 시를 찾아서 이승하 2005.11.11 655
2127 도마뱀 강민경 2005.11.12 242
2126 오래 생각하는 이순신 서 량 2005.11.14 243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