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2.08 10:22

늦가을 억새 / 성백군

조회 수 167 추천 수 0 댓글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늦가을 억새 / 성백군

 

 

늦가을

산마루를 거닐던 노신사

오름길이 힘든지 잠시 멈춰서서

지나온 길을 되돌아봅니다

 

실바람에도

흰 머리카락은 먼 길 떠나려 하고

굽은 등은 수렁에 빠진 양 휘청거리는데

발밑, 저 유년의 산기슭에는

아직도 세상을 이기려고 악착 떨던

초록의 모습이 선명합니다

 

버리면 되는데

이 나이 먹도록 포기가 안 돼

삶을 놓을 수가 없어서

골짜기에 이는 고운 단풍은 울긋불긋 피멍인 것 같고

언덕 위 나목의 힘찬 가지들은 쓸쓸합니다

 

그래도, 낙엽은 지고

떨어지면서 바람과 함께 멀리 뜨나 가는데

늦가을 억새는

몇 안 남은 홑 씨 그걸 놓지 못해서

바람에 목을 맵니다

 

알지도 못하면서

보이는 것이 다인 것처럼

아둥바둥 살아가는 세상사 인간들의 모습입니다

 

 

  • ?
    독도시인 2021.12.29 12:11
    낙엽은 지고
    떨어지면서 바람과 함께 멀리 뜨나 가는데
    늦가을 억새는
    몇 안 남은 홑 씨 그걸 놓지 못해서
    바람에 목을 맵니다

    알지도 못하면서
    보이는 것이 다인 것처럼
    아둥바둥 살아가는 세상사 인간들의 모습입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123 향기에게 유성룡 2005.11.21 128
2122 고향보감(故鄕寶鑑) 유성룡 2005.11.23 170
2121 칡덩쿨과 참나무 성백군 2005.11.24 264
2120 자화상(自畵像) 유성룡 2005.11.24 193
2119 옛날에 금잔디 서 량 2005.11.26 514
2118 여고행(旅苦行) 유성룡 2005.11.26 417
2117 하소연 유성룡 2005.11.27 181
2116 12월, 우리는 / 임영준 뉴요커 2005.12.05 190
2115 준비 김사빈 2005.12.05 259
2114 품위 유지비 김사빈 2005.12.05 606
2113 신 내리는 날 성백군 2005.12.07 210
2112 12 월 강민경 2005.12.10 185
2111 누나 유성룡 2005.12.14 330
2110 발자국 성백군 2005.12.15 181
2109 동백의 미소(媚笑) 유성룡 2005.12.15 251
2108 우리집 강민경 2005.12.17 188
2107 새 날을 준비 하며 김사빈 2005.12.18 238
2106 전구 갈아 끼우기 서 량 2005.12.18 438
2105 새롭지만은 않은 일곱 '신인'의 목소리 이승하 2005.12.19 707
2104 년말 성백군 2005.12.19 256
Board Pagination Prev 1 ... 3 4 5 6 7 8 9 10 11 12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