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6.18 18:59

화장하는 새

조회 수 320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화장하는 새/강민경

 

 

짹짹

이른 아침 창 밖을 보는데

털이 부스스한 어린 참새 두 마리

베란다 난간에 앉아

노란 주둥이로

이리저리 자근자근 더듬거리며

깃털을 다듬는다

 

서로서로 화장시켜주고

바로 잡아주는 정겨움을 보다가

언니 오빠 동생들에게

사느라 바쁘다는 핑계로

전화 한번 제대로 하지 못한 내가 한심해서

새들 앞에 부끄러운데

언제 어디서 쫓아 왔는지

새끼들 날개 아래 품고 길고 단단한 부리로

엉킨 깃털을 바로 잡아주는 부산스러움을 보다가

스스로 위로해 본다

 

새나 사람이

제 새끼 사랑하기는 마찬가지

형제자매에게 소홀했던 마음 가라앉히며

이젠 아이들 다 크고 살림 내보내고 나니

형제자매들 우애 있게 지내라는 부모님 말씀

회상하여 그동안 뜸했든 관계

통화하고 털어내느라

내 입술 화장발이 짙다.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101 매지호수의 연가 오영근 2009.04.25 665
2100 누나 유성룡 2005.12.14 330
2099 발자국 성백군 2005.12.15 181
2098 동백의 미소(媚笑) 유성룡 2005.12.15 251
2097 우리집 강민경 2005.12.17 187
2096 새 날을 준비 하며 김사빈 2005.12.18 238
2095 전구 갈아 끼우기 서 량 2005.12.18 429
2094 새롭지만은 않은 일곱 '신인'의 목소리 이승하 2005.12.19 707
2093 년말 성백군 2005.12.19 256
2092 손님 강민경 2005.12.20 280
2091 성탄 축하 선물 이승하 2005.12.21 268
2090 강아지와 산책을 강민경 2005.12.27 489
2089 송년사 성백군 2005.12.31 194
2088 조금 엉뚱한 새해 선물 이승하 2005.12.31 327
2087 *스캣송 서 량 2006.01.01 426
2086 불꽃 놀이 강민경 2006.01.02 243
2085 새해에는 / 임영준 박미성 2006.01.03 287
2084 골반 뼈의 추억 서 량 2006.01.10 501
2083 달팽이 여섯마리 김사빈 2006.01.12 371
2082 겨울 바람과 가랑비 강민경 2006.01.13 274
Board Pagination Prev 1 ... 4 5 6 7 8 9 10 11 12 13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