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7.27 22:03

고사목(告祀木), 당산나무

조회 수 259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고사목(告祀木), 당산나무 / 성백군

 

 

마을 입구 고사(告祀)를 지내던 당산나무는

가지가 많다

먼 산 같은 덩치로 숲을 이루고

몇백 년을 견디며 마을을 지켜온 저 힘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바람 불면 몸 추스르고

눈 내리면 허리를 굽신거리다가도

비 오면 고개 들고 햇빛 들면 손 벌리듯 반기는

큰 가지 작은 가지

낮은 자리에 있는 가지, 높은 자리에 있는 가지

 

빼곡하지만 참 잘 자랐다.

얽히지도 설키지도 부딪히지도 않으며

제 자리 지키는 나무 속 가지들

저들 세상에도

이쪽저쪽, 아래위는 있지만

사람처럼 싸우지는 않는다. 비바람에 상한 곳은 있지만

저희끼리 치고받은 흔적은 없다

 

이제는, 마을 수호신도 아니지만

그 자리 내어 주고 노인네들의 사랑방이 되었지만

언제 대접 못 받는다고 주저앉은 적 있던가

잠시라도, 지친 나그네 쉼터 되어주면 족하다는 듯

그늘 밑에

노숙자 몇 자리를 깔고 누워있다

 

   683 - 06202015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003 배달 사고 성백군 2013.07.21 195
1002 얼룩의 초상(肖像) 성백군 2014.09.11 195
1001 옷을 빨다가 강민경 2018.03.27 195
1000 시조 코로나 19 – 접혔던 무릎 세워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8.29 195
999 친구야 2 유성룡 2006.01.22 196
998 이의(二儀) 유성룡 2008.02.23 196
997 그늘의 탈출 강민경 2014.10.04 196
996 입동 낙엽 / 성백군 하늘호수 2022.12.13 196
995 너의 유혹에 빨려드는 나 - 필재 김원각 泌縡 2020.06.12 196
994 시조 달빛 휘감아 피어나는 들풀향기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6.07 196
993 우회도로 천일칠 2005.02.11 197
992 버팀목과 호박넝쿨 성백군 2008.10.21 197
991 아내의 값 성백군 2013.02.27 197
990 시와 시인 강민경 2016.12.06 197
989 시조 뿌리에게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6.15 197
988 철쇄로 만든 사진틀 안의 참새 / 필재 김원각 泌縡 2019.05.31 197
987 해 후(邂逅) 천일칠 2005.01.27 198
986 님의 생각으로 유성룡 2006.07.24 198
985 위로 김사빈 2008.08.23 198
984 빈소리와 헛소리 son,yongsang 2012.04.20 198
Board Pagination Prev 1 ... 59 60 61 62 63 64 65 66 67 68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