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보면/강민경
방파제를 뛰어넘겠다는 일념에
밤낮, 수만 번씩이라도
제 몸 바숴 내리면서 기꺼운
너의 그 줄기찬 고집 꺾지 못하는
파도, 너를 보면
흰 머리칼에 검은 염색물 들이대며
못다 푼 청춘의 속병이
지글지글 끓이는 너 닮은 나를 듣는다
푸르던 날 머뭇거리다 놓쳐버린
세월에 괸 희망의 빛 쪼가리 못 잊고
깊은 우물물 길어 올리듯 공들이는
미래를 알지 못해
묻고 또 물어도 답이 없는데
단숨에 ‘산’ 이라도 옮길 것 같이
커다랗게 출렁이다가, 불시에 삭아
거품을 물고 나가떨어지는
나 아닌, 내가, 날이면 날마다
파도를 따라가는 애 끓임일 뿐
사람으로 살기 위해
눈 맞는 돌멩이처럼 오래 견디며
내가 지워질 그 날 그 순간까지
영원히 존재할 끝자락 비밀스러운
숙제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풀어야 할 것인지
어떤 이는 마음을 비우는 일이라고 했는데
앞을 향해 나는 저 새들은 마음을 비웠을까
-
요단 강을 건너는 개미
-
12월의 결단
-
유월의 향기
-
길 위의 샤워트리 낙화
-
독감정국
-
감나무 같은 사람
-
7월의 향기
-
구로동 재래시장 매미들
-
이국의 추석 달
-
구름의 속성
-
엉덩이 뾰두라지 난다는데
-
가을비
-
딸아! -교복을 다리며 / 천숙녀
-
2014년 갑오년(甲午年) 새해 아침에
-
언덕 위에 두 나무
-
이러다간 재만 남겠다 / 성백군
-
몸과 마음의 반려(伴呂)
-
담쟁이에 길을 묻다
-
그 살과 피
-
가을의 승화(昇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