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굴이라 말하지 말라 / 성백군
바람 불면
부는 대로 휘는 나무
언뜻 보면 굽실거리는 것 같지만
바람 지나가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다시 일어선다
비굴이라
함부로 말하지 말라
네 아비도 어미도 그렇게 하며
너를 키웠고, 저 아름드리 정자나무도
수천만 번을 고개 숙여
숲을 이루었느니
꺾이는 것보다는
굽히는 것이 났고
죽는 것 보다는 사는 것이 이기는 것이니
굽히고 일어서고 굽히고
바람이 지쳐 주저앉을 때까지
굽히고서는 것을 반복하는 나무
제 몸에 붙은
수천만의 잎사귀들을 위하여
제 한 목숨 휘는 것이니
626 - 08292014
시
2014.10.01 21:08
비굴이라 말하지 말라
조회 수 176 추천 수 0 댓글 0
| 번호 | 분류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 923 | 시 | 넝쿨 터널 / 성백군 | 하늘호수 | 2018.12.17 | 129 |
| 922 | 시 | 비와 외로움 | 강민경 | 2018.12.22 | 270 |
| 921 | 시 | 나목(裸木)의 울음 / 성백군 | 하늘호수 | 2018.12.24 | 82 |
| 920 | 시 | 어느새 / 성백군 | 하늘호수 | 2018.12.30 | 322 |
| 919 | 시 | 이를 어쩌겠느냐마는/강민경 | 강민경 | 2019.01.01 | 148 |
| 918 | 시 | 빈말이지만 / 성백군 | 하늘호수 | 2019.01.05 | 287 |
| 917 | 시 | 사랑의 미로/강민경 | 강민경 | 2019.01.07 | 201 |
| 916 | 시 | 사서 고생이라는데 | 강민경 | 2019.01.14 | 91 |
| 915 | 시 | 부부 / 성백군 | 하늘호수 | 2019.01.17 | 79 |
| 914 | 시 | 풀잎의 연가 | 강민경 | 2019.01.18 | 111 |
| 913 | 시 | 벌 / 성백군 | 하늘호수 | 2019.01.24 | 118 |
| 912 | 시 | 우리들의 애인임을 | 강민경 | 2019.01.26 | 170 |
| 911 | 시 | 자꾸 일어서는 머리카락 / 성백군 | 하늘호수 | 2019.01.30 | 155 |
| 910 | 시 | 촛불/강민경 | 강민경 | 2019.02.03 | 79 |
| 909 | 시 | 어둠이 그립습니다 / 성백군 | 하늘호수 | 2019.02.05 | 80 |
| 908 | 시 | 벌과의 동거 / 성백군 | 하늘호수 | 2019.02.12 | 93 |
| 907 | 시 | 세벳돈을 챙기며/강민경 | 강민경 | 2019.02.16 | 239 |
| 906 | 시 | 눈 꽃, 사람 꽃 / 성백군 | 하늘호수 | 2019.02.19 | 71 |
| 905 | 기타 | 시인이여, 너를 써라-곽상희 서신 | 미주문협 | 2019.02.21 | 128 |
| 904 | 시 | 묵언(默言)(1) 2 | 작은나무 | 2019.02.21 | 16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