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2015.05.15 23:14

찍소 아줌마

조회 수 590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찍소 아줌마

NaCl


"Have a good day~!" (좋은 하루 되세요) 이 말은 결코 가게 주인의 인사말이 아니었다. 우리 가게, **옷수선과 거래하는 **세탁소 주인 아줌마는 입이 무겁기로 소문난 분이다. 오늘도 옷을 찾으러 갔다가 어떤 손님이 그 아줌마에게 정다운 인사를 건냈는데 그 아줌마는 꿀 먹은 벙어리 마냥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반면 주인 아저씨는 애교도 있고 수다가 좀 있으신 분이다. 여수랑은 살아도 찍소랑은 못 산다는 말이 있는데 그렇게 말 많은 아저씨가 찍소인 그 아줌마와 어떻게 살까 궁금했다. 상대방이 뭐라고 말하면 도통 반응이 없으셔서 아마도 아저씨가 답답증에 걸릴 거라 생각했다.

어느날 컴맹인 아저씨가 인터넷이 안 된다며 나를 집으로 호출을 했다. 그날 저녁 나는 그 아줌마의 다른 얼굴을 보았다. 가게에서는 손님에게 말 한마디 안 하던 아줌마가 집에선 아저씨에게 말풍선을 마구 터뜨렸기 때문이다. 아저씨는 제대로 대꾸도 못하고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었다.

그렇게 말을 안하고 답답해서 어찌 살까 했는데 낮 동안 입에 지퍼로 채워 스트래스, 짜증 같은 것들을 차곡차곡 쌓아 놓았다가 집에 돌아와서 남편에게 다 쏟아 부으시는 것이다. 아줌마는 말 보다 행동으로 보여 주시는 분이다. 그 스타일이 통했을까? 그 곳 단골들은 아줌마가 반응이 없어도 그러려니하고 깨끗하게 잘 세탁이 된 결과물을 통해 아줌마를 신뢰하는 것 같다.

표정도 없고 대꾸도 안 하지만 항상 변함없고 성실한 삶의 내용을 알아 챈 손님들은 아줌마의 침묵 속에서 다정한 인사 못지 않은 묵직한 인사를 느끼는 것은 아닐까. 서구사회의 영향으로 마음은 꼭 표현해야 안다고들 말하지만 굳이 표현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촉이 있음을 안다. 육감이라고도 하고 촉이라고도 하는 그런 감각이 필요한 시대가 도래할지 모른다.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8 수필 4,29 폭동 20주년을 맞는 우리의 각오 정용진 시인 1 정용진 2021.03.05 168
57 수필 5월을 맞으며 son,yongsang 2016.05.05 180
56 수필 Here Comes South Korea / 달리기 수필 박영숙영 2016.04.29 275
55 수필 [김우영 한국어이야기 4]모국어 사랑은 감옥의 열쇠 김우영 2014.03.18 421
54 수필 ‘文化의 달’을 생각 한다 son,yongsang 2015.10.07 127
53 수필 ‘구구탁 예설라(矩矩托 禮說羅)‘ son,yongsang 2017.01.22 519
52 수필 ‘세대공감‘ 1-3위, 그 다음은? -손용상 file 오연희 2015.04.11 370
51 수필 ‘아버지‘ son,yongsang 2015.07.05 215
50 수필 “시계가 어떻게 혼자서 가?” son,yongsang 2016.03.25 248
49 수필 감사 조건 savinakim 2013.12.25 274
48 수필 건망증과 단순성-김태수 미주문협관리자 2016.04.02 294
47 수필 김우영 작가의 (문화산책]물길 막는 낙엽은 되지 말아야 김우영 2014.11.09 576
46 수필 김우영 작가의 에세이/ 이 눔들이 대통령을 몰라보고 김우영 2013.10.20 528
45 수필 김우영 작가의 한국어 이야기 - 15 김우영 2015.05.14 359
44 수필 김우영 작가의 한국어 이야기 - 9 김우영 2015.04.28 218
43 수필 김우영 작가의 한국어 이야기 -18 김우영 2015.05.27 296
42 수필 김우영 작가의 한국어 이야기-24 김우영 2015.06.18 432
41 수필 김우영 작가의 한국어 이야기-25 김우영 2015.06.21 397
40 수필 김우영 작가의 한국어 이야기-29 김우영 2015.06.28 505
39 수필 김우영 작가의/ 주당 골초 호색한 처칠 김우영 2013.10.27 768
Board Pagination Prev 1 2 3 Next
/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