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넌 책으로만 보니?

2006.07.19 03:56

미문이 조회 수:1046 추천:46

▲ '문학콘서트에서'는 '시'가 '연극'이 되기도 한다. 김민정 시인의 시를 연극으로 만든 작품. ▲ 문학집배원 '도종환의 시배달' 모습 ‘문학’이 텍스트를 벗어나면 어떤 모습일까? 최근 폭주하는 영상미디어에 문화산업의 주류자리를 내어주고 주춤하고 있던 ‘문학’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획일화된 ‘텍스트’를 벗어나 새로운 방식으로 독자와의 소통을 시도하고 있다. 근래에 가장 파격적으로 다가왔던 것은 ‘시’를 ‘록’으로 연주한 것이었다. 지난 3월 27일부터 매달 마지막 주 금요일 서울 대학로 라이브 소극장 P2에서 열리고 있는 ‘문학콘서트’ 첫 번째 공연에서 강정 시인이 자신의 시 「불가사리」를 록으로 선보였던 것이다. 록밴드 ‘모레인’의 싱어이기도 한 강정 시인의 걸걸한 음성과 밴드의 현란한 기타연주는 시에 대한 색다른 맛을 안겨주면서 객석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지금까지 총 4회가 진행된 ‘문학콘서트’는 말 그대로 문학을 나누는 작은 콘서트다. 복권기금으로 운영되는 ‘문학나눔추진위원회’가 진행하고 있는 이 행사에서는 문학이 ‘음악’이 되기도 하고, ‘연극’이 되기도 하고, ‘춤’이 되기도 한다. 관객들은 음악을 듣고, 연극을 감상하면서 자연스럽게 문학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이를 통한 장르간의 공동작업도 흥미로운 지점이다. 오는 7월 24일 다섯 번째 문학콘서트는 ‘여성시의 색다른 상상력’이라는 주제로 문단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여성시인 김행숙, 이영주, 유형진이 초대된다. TV에서 시청자들의 지속적인 사랑 속에 진행되고 있는 ‘책 읽어주는 여자, 밑줄 긋는 남자’와 최근 개통 1주년을 맞은 인터넷 문학라디오 방송 ‘문장의 소리-행복한 문학여행’도 눈여겨볼 만 하다. EBS TV에서 지난 3월부터 매주 목요일 오후 11시 55분에 방영중인 ‘책 읽어주는 여자, 밑줄 긋는 남자’는 저명한 평론가들의 친절한 ‘책 해석’으로 진행됐던 종래의 TV 책 소개 프로그램과 달리 일반 시민들이 자신의 느낌대로 책을 이야기하고 호기심을 유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문학포털사이트 사이버문학광장(www.munjang.or.kr)에서 지난해 6월부터 서비스중인 인터넷 문학라디오 방송 ‘문장의소리-행복한문학여행’ 역시 일반인들에게 익숙한 매체인 ‘라디오’와 인터넷으로 독자와 ‘문학’의 거리를 좁히고 있다. 매주 월요일 저녁 10시에 방송되고 있는 ‘문장의소리’는 인기 작가인 김선우 시인을 초대 진행자로 영입한 이후 EBS 라디오에서 문학관 코너를 진행하기도 했던 소설가 한강에 이어 최근에는 이문재 시인이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그밖에도 서비스 두 달 만에 신청자가 7만 명을 넘어서면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도종환의 시배달’이 있다. 지난 5월부터 매주 월요일 독자들의 e-mail로 전달되고 있는 ‘도종환의 시배달’은 도 시인이 시집이나 문예지에 발표된 작품에서 고른 시를 플래시로 제작해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서비스로, 시인의 육성이나 성우의 낭송을 함께 들을 수 있으며, 시인의 짤막한 해설도 곁들여진다. 이렇듯 문학은 더 이상 책 속에만 있지 않고 여러 미디어와 새로운 방식을 통해 독자들과 만나고 있다. 이러한 적극적인 소통의 방식들은 그동안 약화된 문학의 저변을 확대하고 문학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을 유발하는데 기여하는 바가 크다. 그러나 과연 문학독자의 확대로 이어지는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고영직 문학평론가는 “최근 들어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이뤄지고 있는 문학프로그램들이 문학적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데는 상당부분 기여한 바가 있지만 실제로 문학을 가까이하는 독자를 만드는 데는 그 효과가 미미하다”고 말했다. 고 평론가는 “좀더 정밀하게 분석해야겠지만 지금의 방식들은 문학을 너무 낭만적인 방식으로만 접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문학의 소통방식 전환에 앞서 ‘미디어’와 같은 방식이 문학을 전달할 수 있는 적절한 방식인가에 대한 고려가 있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인터넷 문학라디오를 진행하고 있는 이문재 시인은 “문학의 독자는 없어지고 사용자가 늘었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시집을 통해 시집을 읽는 독자가 많으면 좋겠지만 미디어 환경이 변화된 상황에서 시집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시인은 또 “시인의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가 독자와 많이 접하는 것”이라면서 “방식에 대해 좀 더 신중할 필요는 있지만 보다 다양한 방식을 통해 시가 독자에게 전달되고 시의 목적이 전달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 2006년 7월 6일 컬쳐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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