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선서(1990년)/김종해

2007.08.13 15:06

미문이 조회 수:975 추천:30

시인 선서(1990년)/김종해 시인이여. 절실하지 않고, 원하지 않거든 쓰지 말라. 목마르지 않고, 주리지 않으면 구하지 말라. 스스로 안에서 차오르지 않고 넘치지 않으면 쓰지 말라. 물흐르듯 바람불듯 하늘의 뜻과 땅의 뜻을 좇아 가라. 가지지 않고 있지도 않은 것을 다듬지 말라. 세상의 어느 곳에서 그대 시를 주문하더라도 그대의 절실성과 내통하지 않으면 응하지 말라. 그 주문에 의하여 시인이 시를 쓰고 시 배달을 한들 그것은 이미 곧 썩을 지푸라기 詩이며, 거짓말시가 아니냐. 시인이여, 시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그대의 심연을 거치고 그대의 혼에 인각된 말씀이거늘, 치열한 장인의식 없이는 쓰지 말라. 장인(匠人)의 단련을 거치지 않은, 얼마나 많은 가짜시가 들끓는가를 생각하라. 시인이여, 시여, 그대는 이 지상을 살아가는 인간의 삶을 위안하고 보다 높은 쪽으로 솟구치게 하는 가장 정직한 노래여야 한다. 그대는 외로운 이, 가난한 이, 그늘진 이, 핍박받는 이, 영원 쪽에 서서 일하는 이(者)의 맹우여야 한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2017 문학축제 김종회 교수 강의 원고 미주문협 2017.08.24 255
공지 미주문학 USC 데어터베이스 자료입니다. 미주문협 2017.08.14 234
92 2019 문학캠프 & 문학여행 공지 [1] file 미주문협 2019.08.11 73
91 최정례시인 문학강좌 file 미주문협 2019.08.25 90
90 이전 문학서재 메뉴얼 압축파일(보관용) 미주문협관리자 2015.05.21 253
89 술이 없다면 詩人도 없다? /경향신문 미문이 2005.03.03 269
88 『05년 조선일보 당선작』소백산엔 사과가 많다.. 김승해 미문이 2005.03.14 307
87 ‘가장 따뜻한 책’… “아무렴,사람보다 꽃이 아름다울까” / 국민일보 미문이 2005.03.03 330
86 김광수 / 시조의 존재 이유는 형식 미문이 2004.07.29 435
85 [2005년 전남일보 신춘문예] 당선시/심사평 미문이 2005.01.18 436
84 아버지와 딸 2대째 '이상문학상' / 경향신문 미문이 2005.01.18 496
83 신춘문예 詩 가작 시각장애인 손병걸 씨/부산일보 미문이 2005.01.18 501
82 정현종 시인의 육필 수제본 시선집 미문이 2005.01.22 514
81 위트와 유모어의 문학/수필 미문이 2005.01.14 784
80 민속문학작가회의 30주년 기념다큐 미문이 2006.06.29 828
79 2008년 벽두, 남북 문화예술교류에 관한 밝은 소식 미문이 2008.05.14 853
78 대선후보들은 어떤 책을 읽을까 미문이 2008.03.20 874
77 『05년 동아일보 당선작』단단한 뼈.. 이영옥 미문이 2005.03.14 894
76 현대시 100년/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이상화 미문이 2008.04.25 904
75 지식인의 말 미문이 2007.10.09 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