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문학과 대중

2007.03.21 15:42

미문이 조회 수:1198 추천:9


어젯밤, 아니 새벽 누군가와 대화하던 중 그러한 말이 나왔다. 요지는 동창들이 동인을 만들었는데 그냥 예의상 물어본 건지 아니면 정말 의사를 물은 건지 모르겠지만 나에게 들어올 생각이 있냐는 말이었다.

"동인에 들어오실래요?"
"어떤?"
"뭐 글쓰고 까고 모여서 까고 깐 데 또 까고 까고 까고 까고 까고"
"푸훗, 보고싶긴 한걸?"
"근데 조건이 순수문학을 하는 사람이라, 저흰 까탈스러운 사람을 좋아해요"
"까탈스럽단 기준은?"
"뭐랄까, 정말 순수문학을 하는 사람이어야 하니까, 현 문단을 이끌어가는 것들을 알아야 하고
  고전도 역시, 역사는 무시 못하니, 뚜렷한 자기의식과 중요한 건 저희는 등단을 목표로 하고 있으니까, 무리?"
"간단히 말해서 목표가 같은 사람만 받는다는 것?"
"뭐 꼭 저러지 아니하여도 서로 도움이 될 수도 있고하죠"
"순수문학의 기준은 뭐지?"

순수문학의 기준은 뭘까. 이에 대해 그리 깊게 생각한 적은 없지만 순수문학의 기준 자체가 이미 모호해지고 있다는 느낌은 갖고 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갖고 있는 것이기도 하겠지만 나는 그들이 생각하는 "순수문학을 하는" 것은 무엇일까 궁금해졌다. 순수문학이란 그들에게 있어서 과거의 참여문학에 대한 부정인가, 아니면 대중문학에 대한 차별성인가, 이미 순수문학이란 그 경계가 허물어진 오묘한 틀이 아닐까 한다. 과거 순수문학이 정의된 때와 달리 지금의 순수문학은 대중문학과 대비되고 있다. 대중과 예술, 그 경계에서 순수문학은 오랜 시간동안 대중에게 외면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박민규나 '뱀장어 스튜'의 권지예를 기억하는가? (사실 어제 떠올렸지만) 이 두 작가에 대해 모두 잘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 박민규의 참신함과 독특한 문체, 그리고 권지예의 다양한 소재는 순수문학의 테두리에 머물지 않고 많은 이들에게 자극을 주고 있다. 순수문학이란 (틀이 아닌) 현 문단계의 구조에서 이들의 작품은 어떤 가치를 가지고 있을까. 여기서부터는 정확한 지식을 바탕으로 한 생각은 아니므로 가볍게 읽기를 바라면서, 박민규의 문체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거론한 바 있듯이 문어일체의 느낌이 강하고, 이것이 인터넷 세대의 영향을 받아 형성된 독특한 문체라 평가된바 있다. 그의 문체가 순수문학이란 테두리 안에서는 자극적이고 신선한 표현이 될 수 있었지만 그것을 단순히 소설 그 자체로서 본다면 어떨까, 나는 오히려 박민규에 대한 평가를 통해 순수문학이란 틀의 단절된 공간을 느낀다.

'(문단의)그들이 말하는' 순수문학이란 대체 뭘까. 그것은 그들만의 리그인가, 정말로 권력과 상업주의의 껍데기인가. 순수문학이란 정의 자체가 우리들만의 것이 아닌가. 때론 이 순수와 대중이란 경계로 해외문학(뭐, 내가 분개한 것은 무라카미 하루키에 대한 것들이었지만)에 대해 정의하거나 비판하는 사람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들이 원하는 순수와 그들이 차별을 두고자 하는 대중은 무엇일까. 나에게 박민규의 소설은 그러한 순수문학과 대중적 접근의 경계에 서있었다.

글을 좋아하는 다른 녀석에게 물었다.

"순수문학의 가치는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냐"
"순수문학의 가치? 기본에 충실한거-,.-;;;;;;;;?"
"ㅋㅋ 순수문학은 뭐냐 그럼"
"그걸 뭐라고 설명을
  ..................................."
"기본에 충실한 문학이냐 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씨발"
"아 웃겨 ㅋㅋ 순수문학이 기본에 충실하다는 말은 너에 의해 처음으로 해석된게 아닐까 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개새끼 ㅠㅠ"
"역시 위대해"
"이걸로 맨날 놀려먹겠군 이제 넌 차단이다!!!!!"

순수문학을 순수미술과 같은 관점으로 본 것일지는 모르겠지만 뭐(흐흐), 순수문학에 가치를 둔다고 하면 그 핵심은 현재에 있어서는 대중이나 사회와 타협하지 않는 순수한 예술성이 아닐까 한다. 국내의 문학이라 이름붙여진 것들이 (과거에도 현재에도) 양극화되어가는 시점에서 순수문학을 말하라 한다면 결국은 순수성이다. 그렇다면 그것은 대중과 차별화된 예술성인가, 아니면 그 자체의 예술성인가, 이미 현재 문학의 틀은 대중적인 코드에 융화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어디까지나 순수문학의 가치는 과거에 끝났다. 지금은 그 경계가 무의미해졌기 때문이다. 이건 어디까지나 전체적인 흐름의 문제이고,

권지예의 표절 사건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동인문학상을 수상한 소설집 "꽃게무덤"의 마지막 작품을 표절했다는 것인데, 이에 대한 결론이 또한 참으로 안타깝다. 결국 심사위원회에서는 아무 문제가 없다며 그대로 수여했지만 이후 권지예씨는 사과문을 공개했다. 그 요점은 인터넷에서 본 글을 모티브로 썼는데 출처를 알 수 없어 동의를 구하지 못했다. 라는 것. 이 자체 만으로도 이미 작가의 본질을 의심하게 되는 표현이나 재미있게도 표절 시비는 이것으로 마무리되었다.

문단에선 이 표절작품의 스토리야 어찌되었든 상관없다 라고 단정한 듯 싶지만 그렇다면 대체 그들이 말하는 문학이란 무엇인가? 문학상이 문단계의 제도가 되어버린 것은 익히 알려진 일이나 이것을 대하는 입장으로선 참으로 알 수 없는 기분이다. 이러한 사기극에 떠밀려 암묵의 동의를 강요받기도 하는 시점에 이르면 나는 더욱 더 화가 나곤 한다. (그 중 하나가 카스테라에 대한 감상이었다)

선입견도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지만 자신의 감상을 타인과 주류에 동화시키는 것도 이제 배제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지만.. 내가 하려던 얘기는 이게 아닌 거 같은데?;;;;

...

여튼 이미 순수문학과 대중문학의 경계란 독자에 있어서도 작가에 있어서도 애매해진 것이 아닌가. 이것은 90년대에 이뤄진 순수-참여문학의 논쟁과는 이미 달라진 것이다. 통속적이라면 통속적일 수 있지만 그들이 말하는 통속, 혹은 대중문학과 순수문학의 구분이란 너무도 편협한 잣대가 됐다. 이미 그것은 우리 문학의 틀이 아닌 하나의 집단으로까지 변모했기 때문이다.

순수문학이 가지는 가치는 뭘까.

펌(http://sarak.korserve.net/tt/tag/%EB%AF%B8%ED%9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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