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단 대가들 장편 들고 잇달아 귀환… 침체 문학계에 활력소

2007.04.25 09:50

미문이 조회 수:1019 추천:18

[동아일보] 2007년 03월 16일(금) 오전 03:01

박완서(76) 씨의 ‘친절한 복희씨’는 최근 문인 100명이 선정한 ‘가장 좋은 소설’로 뽑혔다. “4년째 해마다 선정 작업을 하고 있는데 그간 젊은 작가들 위주였다가 박완서 선생님의 작품이 많은 지지를 받으면서 처음 선정됐다. 노작가의 위력을 확인하게 됐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김원일(67) 씨는 이번 주 새 장편 ‘전갈’을 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 손자 3대의 가족사를 통해 한국 현대사의 비극을 일깨워 주는 이야기다.

대가들이 돌아왔다. 최근 들어 이들의 창작활동이 활발하게 이어지면서 문단의 조명을 받고 있다. 소설가 조정래(63) 씨는 계간 ‘문학동네’에 연재했던 ‘오 하느님’을 다음 주 단행본으로 출간하며, 이제하(70) 씨도 작가세계 봄호에서 장편 ‘능라도에서 생긴 일’의 연재를 마치고 단행본 작업을 시작했다. 김주영(68) 씨는 5년 만에 새 장편 ‘붉은 단추’의 창작에 들어가 이르면 6월부터 ‘현대문학’에 연재할 예정이다.

본보에 연재됐던 이문열(58) 씨의 ‘큰 바람 불고 구름 일더니’가 올해 책으로 나오고, 황석영(64) 씨의 새 장편, 박완서 씨의 소설집도 올해 안에 나온다는 소식이 더해져 올해는 ‘대가들의 귀환’이 문단의 큰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문단은 돌아온 중진, 원로들의 저력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2000년대 들어 젊은 작가들의 실험적인 작품 세계에 관심이 집중됐던 데서, 대가의 역량을 새롭게 발견하는 쪽으로 한국문학의 폭이 넓어졌다는 반응이 많다. 평론가 김영찬 씨는 “새로운 젊은 작가들이 부상했지만 일부는 유행만을 좇거나 창작활동이 쉽게 피로해지는 경향을 보이기도 했다”면서 “대가들의 두드러진 활약은 젊은 세대의 분발을 촉구하는 동인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대가들의 작품은 판매도 안정적이어서 시장도 활력을 띨 것이라는 기대가 더해진다.

평론가 이광호 씨는 특히 대가들이 대부분 장편을 낸다는 데 주목한다. 대가들의 귀환은 ‘정통 장편서사의 귀환’으로 부를 수 있다는 것. 실제로 김원일 씨의 ‘전갈’은 가족사를 통해 일제강점기와 분단의 이데올로기 갈등을 거쳐 1970, 80년대 산업개발의 현장과 2000년대 ‘바다이야기’ 게임장까지 100년의 역사를 아우른다. 김주영 씨의 ‘붉은 단추’는 월북했다 돌아온 시아버지로 인해 파탄 나는 가족을 통해 아물지 않는 전쟁의 상처를 그릴 참이다. “젊은 작가들의 이야기는 해체된 서사, 환상이 개입된 서사이지만 대가들의 새 장편은 한국문학의 중심이 돼 온 정통 서사 방식을 보여 준다”고 이 씨는 설명했다.

단편 중심의 문단 풍토를 벗어나 장편에 대한 요구가 증대한 것도 대가들을 주목하는 요인이다. 평론가 황종연 씨는 “우리 문단은 이제 70대부터 20대까지를 아우르는 폭넓은 연령대를 갖게 됐다”면서 “세대 간의 조화는 문학이 위기 속에서도 힘을 찾아가는 징조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2017 문학축제 김종회 교수 강의 원고 미주문협 2017.08.24 255
공지 미주문학 USC 데어터베이스 자료입니다. 미주문협 2017.08.14 234
74 ‘첫사랑’찾아 중국 다녀온 95세의 피천득시인 미문이 2005.06.05 1235
73 영시감상<누군가의 상처를 이해한다는건> 미문이 2005.06.05 1748
72 시,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장태숙 미문이 2005.07.04 1623
71 시인이 시인에게 물었네 ‘시시(詩詩)콜콜’ 미문이 2005.07.11 1364
70 시(詩)를 쓰려거든 여름바다처럼 / 이어령 미문이 2005.07.15 1247
69 吳圭原의 '새와 나무와 새똥… 돌멩이' 미문이 2005.09.09 1579
68 "아직도 빛나는 건 별과 시 뿐" 미문이 2005.09.10 1094
67 현대시 100년사 최고 시집은? 미문이 2005.10.03 1207
66 한국시인협회 독도지회 설립 미문이 2005.10.03 1317
65 우리는 왜 문학을 갈망하는가 미문이 2005.12.02 1415
64 2006 신춘문예 시 당선작 모음(24개 신문) 미문이 2006.01.13 2538
63 신춘문예 당선시 연도별 감상하기 미문이 2006.01.13 1283
62 2006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모음 미문이 2006.01.20 1547
61 국내 시인들의 시창작법 소개 제1탄!!! - 詩的 동기는 어디서 오는가? / 박이도 시인 - 미문이 2006.02.28 1464
60 유치진의 토막 미문이 2006.02.28 8800
59 "내게 문학적 선배는 없다"… 문법 거부한 '사생아' 미문이 2006.03.16 1245
58 책도 이젠 맛보고 산다 미문이 2006.03.16 1806
57 남의 논문에 공동저자 무임승차 미문이 2006.03.16 1218
56 소월시문학상 대상에 문태준 시인 미문이 2006.04.15 1223
55 집보다 사랑받는 문인들의 쉼터 미문이 2006.04.22 16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