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제사

                                - 박지웅


향이 반쯤 꺾이면 즐거운 제사가 시작된다.

기리던 마음 모처럼 북쪽을 향해 서고

열린 시간 위에 우리들 一家는 선다


음력 구월 모일, 어느 땅 밑을 드나들던 바람

조금 열어둔 문으로 아버지 들어서신다

산 것과 죽은 것이 뒤섞이면 이리 고운 향이 날까

그 향에 술잔을 돌리며 나는 또

맑은 것만큼 시린 것이 있겠는가 생각한다


어머니, 메 곁에 저분 매만지다 밀린 듯 일어나

탕을 갈아 오신다 촛불이 휜다 툭, 툭 튀기 시작한다

나는 아이들을 불러모은다 삼색나물처럼 붙어 다니는

아이들 말석에 세운다. 유리창에 코 박고 들어가자

있다가자 들리는 선친의 순한 이웃들


한쪽 무릎 세우고 편히 앉아 계시나 멀리 山도 편하다

향이 반쯤 꺾이면 우리들 즐거운 제사가 시작된다

엎드려 눈감으면 몸에 꼭 맞는 이 낮고 포근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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