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빛나는 건 별과 시 뿐"

2005.09.10 06:50

미문이 조회 수:1094 추천:54

시작(詩作) 40년 맞아 6번째 시집 낸 천양희 "입들이 너무 많아 헛말이 많은 세상 참말이 그리워" ▶바람이 불자“바람까지 함께 찍어 주세요”라고 주문한 천양희 시인. / 이명원기자 “시인은 캄캄한 빈 집에 따뜻한 불을 밝히는 존재와 같고, 탁한 공기를 바람처럼 가르는 존재가 아닐까요. 시인으로 입문한 지 40년이 됐는데, 왜 시를 쓰느냐고 묻는다면 ‘잘 살기 위해서’라고 대답합니다. 시가 나를 살려주기 때문에 잘 산다고 말할 수 있는 겁니다.” 시작(詩作) 40년을 맞아 6번째 시집 ‘너무 많은 입’(창비)을 펴낸 천양희 시인(63)은 오로지 시만 써서 생활하는 전업 시인이다. “한 달 수입 30만원으로 산 적도 있다”며 웃는다. 그는 ‘시인은 시적으로 지상에 산다’라는 시를 통해 ‘원고료도 주지 않는 잡지에 시를 주면서/정신이 밥 먹여 주는 세상을 꿈꾸면서/아직도 빛나는 건 별과 시뿐이라고 생각하면서/제 숟가락으로 제 생을 파먹으면서’ 산다고 말했다. 그는 소월시문학상(1996년)과 현대문학상(1998년)을 받은 중진 시인. 그러나 이번 시집에서 내보인 내면의 자화상은 ‘언어의 사원’(詩)을 짓는 구도자(求道者)의 첫 자세 그대로다. ‘벌새는 1초에 90번이나/제 몸을 쳐서/공중에 부동자세로 서고/ 파도는 하루에 70만 번이나 제 몸을 쳐서 소리를 낸다// 나는 하루에 몇 번이나/ 내 몸을 쳐서 시를 쓰나’(‘벌새가 사는 법’ 전문) 시인은 현재 지하철 5호선 마들역 부근의 한 아파트에 산다. 한때 말들이 뛰놀던 들판이었지만 이제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 곳이다. 마들이 서울과 의정부의 경계에 해당하듯이, 시인은 도시와 자연의 경계인으로 살면서 숲과 달과 별을 통해 잃어버린 꿈을 되찾으려는 서정시를 쓴다. ‘있다가도 없는 게 생(生)이다, 마들이여/ 나는 너에게 줄 야마(野馬)도 없는데/ 내 생각은 말의 안장처럼 세월 위에 얹힌다/ 누가 나에게 사는 일 깨닫게 하려고 나쁜 일도 주는 걸까/ 어딘가 들판 그리운 사람 있을 듯/ 헐렁한 내 신발은 아직 집 밖에 있다’(시 ‘마들은 없다’ 부분) 시인은 “별을 보고 길을 묻던 나그네들 다 어디로 갔나”하고 체코 소설가 밀란 쿤데라가 ‘느림’에서 한탄했듯, “그 많던 한량들은 다 어디로 갔나”고 물었다. 별이 그리운 날이면 윤항기의 노래 ‘별이 빛나는 밤에’를 즐겨 부른다는 시인은 시 ‘별자리’에서 ‘서울엔 별별 사람 많아/ 가끔 하늘을 잊기도 하였으나/ 별자리는 처음부터 별의 자리였다’고 노래했다. 시집 ‘너무 많은 입’의 표제작을 통해 시인은 ‘쉰살이 되어도 나의 입은/ 문득 사라지지 않고/ 목 쉰 나팔이 되어버렸다/ 어쩌면 좋담?’이라고 자책했다. 시인은 “입들이 너무 많고 헛말이 너무 많은 세태를 빗댄 것”이라며 “참말이 그립고, 참말은 참마음에서 나오는 것인데, 참됨이 사라지고 있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박해현기자 hhpark@chosun.com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2017 문학축제 김종회 교수 강의 원고 미주문협 2017.08.24 255
공지 미주문학 USC 데어터베이스 자료입니다. 미주문협 2017.08.14 234
34 순수문학과 대중 미문이 2007.03.21 1198
33 문학과 지성 30년, 한국문학 30년 미문이 2008.06.30 1206
32 현대시 100년사 최고 시집은? 미문이 2005.10.03 1207
31 남의 논문에 공동저자 무임승차 미문이 2006.03.16 1218
30 소월시문학상 대상에 문태준 시인 미문이 2006.04.15 1223
29 ‘첫사랑’찾아 중국 다녀온 95세의 피천득시인 미문이 2005.06.05 1235
28 "내게 문학적 선배는 없다"… 문법 거부한 '사생아' 미문이 2006.03.16 1245
27 시(詩)를 쓰려거든 여름바다처럼 / 이어령 미문이 2005.07.15 1247
26 2007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응모작 살펴보니… 미문이 2007.04.25 1254
25 신춘문예 당선시 연도별 감상하기 미문이 2006.01.13 1283
24 한국시인협회 독도지회 설립 미문이 2005.10.03 1317
23 <font color=red>삼월, 그대에게</font> 미문이 2005.03.18 1353
22 페미니즘(feminism)문학이란 무엇인가?/이승하 미문이 2005.04.05 1355
21 문인이 뽑은 가장 좋은시! 가재미/문태준 미문이 2005.05.04 1357
20 시인이 시인에게 물었네 ‘시시(詩詩)콜콜’ 미문이 2005.07.11 1364
19 윤동주 3형제는 모두 시인이었다 미문이 2007.04.25 1407
18 쉬운 시와 어려운 시/김진학 미문이 2007.01.30 1413
17 우리는 왜 문학을 갈망하는가 미문이 2005.12.02 1415
16 詩的 세계관이란 무엇인가 미문이 2005.05.04 1425
15 상처가 나를 살린다/이대흠 미문이 2007.01.08 14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