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선서(1990년)/김종해
2007.08.13 15:06
시인 선서(1990년)/김종해
시인이여.
절실하지 않고, 원하지 않거든 쓰지 말라.
목마르지 않고, 주리지 않으면 구하지 말라.
스스로 안에서 차오르지 않고 넘치지 않으면 쓰지 말라.
물흐르듯 바람불듯 하늘의 뜻과 땅의 뜻을 좇아 가라.
가지지 않고 있지도 않은 것을 다듬지 말라.
세상의 어느 곳에서 그대 시를 주문하더라도
그대의 절실성과 내통하지 않으면 응하지 말라.
그 주문에 의하여 시인이 시를 쓰고 시 배달을 한들
그것은 이미 곧 썩을 지푸라기 詩이며, 거짓말시가 아니냐.
시인이여, 시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그대의 심연을 거치고
그대의 혼에 인각된 말씀이거늘, 치열한 장인의식 없이는 쓰지 말라.
장인(匠人)의 단련을 거치지 않은, 얼마나 많은 가짜시가 들끓는가를 생각하라.
시인이여, 시여, 그대는 이 지상을 살아가는 인간의 삶을 위안하고
보다 높은 쪽으로 솟구치게 하는 가장 정직한 노래여야 한다.
그대는 외로운 이, 가난한 이, 그늘진 이, 핍박받는 이,
영원 쪽에 서서 일하는 이(者)의 맹우여야 한다.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공지 | 2017 문학축제 김종회 교수 강의 원고 | 미주문협 | 2017.08.24 | 255 |
공지 | 미주문학 USC 데어터베이스 자료입니다. | 미주문협 | 2017.08.14 | 234 |
34 | 순수문학과 대중 | 미문이 | 2007.03.21 | 1198 |
33 | 문학과 지성 30년, 한국문학 30년 | 미문이 | 2008.06.30 | 1206 |
32 | 현대시 100년사 최고 시집은? | 미문이 | 2005.10.03 | 1207 |
31 | 남의 논문에 공동저자 무임승차 | 미문이 | 2006.03.16 | 1218 |
30 | 소월시문학상 대상에 문태준 시인 | 미문이 | 2006.04.15 | 1223 |
29 | ‘첫사랑’찾아 중국 다녀온 95세의 피천득시인 | 미문이 | 2005.06.05 | 1235 |
28 | "내게 문학적 선배는 없다"… 문법 거부한 '사생아' | 미문이 | 2006.03.16 | 1245 |
27 | 시(詩)를 쓰려거든 여름바다처럼 / 이어령 | 미문이 | 2005.07.15 | 1247 |
26 | 2007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응모작 살펴보니… | 미문이 | 2007.04.25 | 1254 |
25 | 신춘문예 당선시 연도별 감상하기 | 미문이 | 2006.01.13 | 1283 |
24 | 한국시인협회 독도지회 설립 | 미문이 | 2005.10.03 | 1317 |
23 | <font color=red>삼월, 그대에게</font> | 미문이 | 2005.03.18 | 1353 |
22 | 페미니즘(feminism)문학이란 무엇인가?/이승하 | 미문이 | 2005.04.05 | 1354 |
21 | 문인이 뽑은 가장 좋은시! 가재미/문태준 | 미문이 | 2005.05.04 | 1357 |
20 | 시인이 시인에게 물었네 ‘시시(詩詩)콜콜’ | 미문이 | 2005.07.11 | 1364 |
19 | 윤동주 3형제는 모두 시인이었다 | 미문이 | 2007.04.25 | 1407 |
18 | 쉬운 시와 어려운 시/김진학 | 미문이 | 2007.01.30 | 1412 |
17 | 우리는 왜 문학을 갈망하는가 | 미문이 | 2005.12.02 | 1415 |
16 | 詩的 세계관이란 무엇인가 | 미문이 | 2005.05.04 | 1425 |
15 | 상처가 나를 살린다/이대흠 | 미문이 | 2007.01.08 | 144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