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다혜 시집 '스피노자의 안경'

2007.05.21 0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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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혜 시집 '스피노자의 안경' "잃어버린 한쪽 눈보다 더 밝은 빛" (서울=연합뉴스) 이준삼 기자 = 열린시학으로 등단한 시인 정다혜씨의 두번째 시집 '스피노자의 안경'은 죽음을 딛고 선 사람들만이 보여줄 수 있는 감동이 담겨 있다. 시인은 17년 전 뜻하지 않는 교통사고로 눈 앞에서 한쪽 눈과 사랑하는 딸을 동시에 잃었다. 그리고 10여 차례의 크고 작은 수술을 거쳐 오늘까지 힘겹게 살아남았다. 시인은 오직 시를 통해 "그동안 한번도 소리 내어 울어보지 못하고 삼켰던 울음을," 그리고 딸에 대한 죄스러운 감정을 토해내고 있다. "잊고 살았던 슬픔의 오장육부에/ 검은 콩알들 산탄처럼 박힌다/ 아이는 그해 여름 길 위에서/ 콩 꽃처럼 피었다 떨어졌다/ 무심히 콩밥 담는 저녁밥상에서/ 다시 만나는 검은 화인火印 (중략) 너 묻고, 나는 평생 콩밥 먹는 슬픔이었는데"('딸 아이에게' 중) 그러나 시인은 이런 고통 속에서는 "잃어버린 한쪽 눈보다 더 밝은 빛이 되어주는 스피노자의 안경"과 같은 남편이 있기에 결코 절망하지 않는다. 오히려 내일에 대한 희망으로 눈을 반짝인다. "눈을 뜨면 제일 먼저/ 아내의 안경을 닦는 남자/ 오늘도 안경을 닦아/ 잠든 내 머리맡에 놓고 간다/ 그가 안경을 닦는 일은/ 잃어버린 내 눈을 닦는 일 (중략) 그는 얼마나 많은 눈물을 삼켰을까/ 생계를 꾸려가기 위해/ 안경의 렌즈를 갈고 닦았다는/ 철학자 스피노자/ 잃어버린 내 한쪽 눈이 되기 위해"(표제작 '스피노자의 안경' 중) 시인은 '시인의 말'을 통해 "두번째 시집은 슬픔이 정제되어 있어 차분한 마음으로 썼다"며 "작은 바램이 있다면 내 생애 앞으로 남은 시간들을 장애를 가지고 힘들게 살아가시는 분들을 위해 봉사하고 싶다"고 말한다. 고요아침. 136쪽. 7천원. jslee@yna.co.kr (끝) ---------------------------------------- 시로 일깨우는 ‘사랑의 힘’ [서울신문]누군가 다가와 귀엣말로 돌연 이렇게 물어봤다. “당신은 사랑의 힘을 믿습니까?” 언제부터인가 꼭꼭 숨어버려 존재조차 희미했던 아련한 감정들이 닭살 돋듯 뭉클뭉클 솟아오른다. 그것은 어색함이기도 하고, 뜻밖의 새로운 것을 발견했을 때의 설렘이기도 하다. ‘절망의 시대’ ‘종언의 시대’에 사랑의 힘을 일깨워주는 시편들이 `톡’하고 튀어나왔다. 시인 정다혜씨의 시집 ‘스피노자의 안경’(고요아침 펴냄)과 서울 덕원여고 교사 손승의(본명 창수)씨의 첫 시집 ‘아버지의 강’(아버지의사랑 펴냄)에 그런 시들이 박혀 있다. 정 시인은 17년 전 자동차 사고로 한쪽 눈을 잃었다. 자신이 운전하던 차의 옆자리에 타고 있던 어린 딸은 그 자리에서 절명했다. 말하자면 한쪽 눈만으로 죽어가는 딸을 지켜본 셈이다. 억장이 무너지는 절망과 죄책감은 정 시인을 나락으로 몰고갔다. “…/잊고 살았던 슬픔의 오장육부에/검은 콩알들 산탄처럼 박힌다/아이는 그해 여름 길 위에서/콩 꽃처럼 피었다 떨어졌다/무심히 콩밥 담는 저녁밥상에서/다시 만나는 검은 화인火印/여태 너 나하고 살고 있었니?/내 안에서 너, 콩처럼 살고 있었니?/너 묻고, 나는 평생 콩밥 먹는 죄인이었는데/너 묻고, 나는 평생 콩밥 먹는 슬픔이었는데”(‘딸아이에게’ 가운데)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생때같은 자식을 가슴에 묻은 시인은 때로 ‘검은 콩’에서, 때로 ‘상자’에서 죄인의 심정으로 아이를 만났다. 하지만 이런 절망 속에서도 희망은 멀리 있지 않았다. 정 시인의 남편 손춘식씨는 우울증에 빠진 시인을 사랑의 힘으로 ‘시’의 세계로 초대했다. 손씨는 아내의 시 쓰는 작업을 위해 매일 출근 전 아내의 ‘한쪽 눈’안경을 정성껏 닦았다. 그런 남편의 모습이 정씨에게는 ‘스피노자’가 안경을 만지는 모습으로 비쳐졌다. “눈을 뜨면 제일 먼저/아내의 안경을 닦는 남자/오늘도 안경을 닦아/잠든 내 머리맡에 놓고 간다/그가 안경을 닦는 일은/잃어버린 내 눈을 닦는 일/그리하여 나는 세상에서 가장 푸른/새벽과 아침을 맞이하지만/그때마다 아픔의 무늬 닦아내려고/그는 얼마나 많은 눈물 삼켰을까/생계를 꾸려가기 위해/안경의 렌즈를 갈고 닦았다는/철학자 스피노자/잃어버린 내 한쪽 눈이 되기 위해/스피노자가 된 저 남자/안경을 닦고 하늘을 닦아/내 하루 동안 쓴 안경의/슬픔을 지워, 빛을 만드는/저 스피노자의 안경”(‘스피노자의 안경’ 전문) 아내를 위해 안경을 닦고, 그런 남편으로부터 ‘눈물’을 발견한 시인. 문학평론가 유성호(한국교원대 교수)씨는 “‘아내의 안경’은 남편에게 ‘한 그루의 사과나무’일 것”이라면서 “아내의 안경을 닦는 남편의 위대한 노동은, 시인으로 하여금 ‘사랑’이라는 주제에 눈을 뜨게 하는 가장 직접적인 원형질이 된 것 같다.”고 평했다. 정 시인은 “시가 있고, 남편이 있고, 스피노자의 안경이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울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 교사의 시집 ‘아버지의 강’은 ‘시련 중에 있는 모든 어버이들께’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한때 가족들과의 ‘동반자살’까지 생각했던 절망의 터널을 빠져나오게 해준 가족과 이웃들의 사랑의 힘을 시집에 담았다. 5년 전 손 교사 가족은 거리로 나앉았다. 빚보증 한번 잘못섰다가 20년간 맞벌이 하면서 공들여 마련한 집을 한순간에 날려버렸다. 온종일 햇볕이라고는 들지 않는 산동네 골목의 단칸방에서 절망의 싹은 점점 몸집을 키워갔다. “불운의 폭격을 맞은 듯 풍비박산이 된 집/겨울비는 아내와 아이들의 얼굴을 무방비로 적시고/…/껍데기만 남은 것들을 빗속에 고아들처럼 남기고/…/마지막 남은 꿈들도 얼어붙어 가고 있었다/…”(‘이사풍경’ 가운데) 하지만 그렇게 햇볕이 들지 않는 단칸방에서 꿈까지 얼어붙는 와중에서도 이웃들은 나눔과 사랑으로 어둠 속에서 함께했다. 힘을 얻은 부부는 ‘아이를 등에 업고’ 백두대간을 걸으며 지금보다 더 어려웠던 신혼을 떠올렸고,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파산자들이 속출하는 극단적 양극화의 풍경 속에서 건져올릴 수 있는 희망의 두레박은 과연 있는 것일까. 동료 교사들과 이웃 화가들이 기꺼이 그려준 그림과 손 교사의 시편들에서 그런 두레박을 찾아보게 된다. 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새 감각 바른 언론” --------------------------------------------------- 상처…고통…치유 삶의 서사시 지역시인 정다혜 두번째 시집 [스피노자의 안경] 발간 [2007.03.08 21:14] 소리내 울지 못하고 삼킨 슬픔 세월 지나니 차츰 정화됨 느껴 시 쓸 수 있다는 것만도 큰 행복 지역 시인 정다혜(51)씨가 두 번째 시집 <스피노자의 안경>을 펴냈다. 이번 작품집은 지난 2005년에 발간했던 첫 번째 시집 <그 길 위에 네가 있었다>의 연장선과도 같다. 두 시집에는 17년 전, 뜻하지 않았던 교통사고로 딸을 잃어 겪어내야 했던 정신적·육체적인 고통을 주요 소재로 삼고 있는 점에서 닮아 있다. 첫 번째 시집에서 소중한 것을 잃은 데 대한 슬픔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면, 이번 작품집에는 지난 날 슬픔이 오히려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계기가 되어주는 매개체의 역할로 바뀌어 있다. 유성호 문학평론가는 시집 해설에서 "그의 오랜 삶과 상처와 고통과 그 치유 과정이 곡진하게 담겨 있는 일종의 '서사적' 시집"이라고 표현했다. 그렇듯, 시인은 무려 17여 년 만에 상처와 고통에서 서서히 벗어나기 시작한 시인의 심리 상태를 시에 담아냈다. 시인은 "한 번도 소리내어 울어보지 못하고 삼켰던 슬픔과 고통들을 시로 토해냈지만 슬픔도 세월 따라 순해지는지 이번 작품들은 슬픔이 정제되어 차분한 가슴으로 쓸 수 있었다"면서 "죽음에서 저를 일으켜 세웠던 시를 오늘도 쓰며 살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인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심리적 변화를 '눈물 속에도 사막이 있다(1부)' '스피노자의 안경(2부)' '사랑, 그 다음(3부)' '쓸쓸함을 필사하다(4부)' 등 4부로 나누어 70여 편의 시로 그려냈다. 1부에서는 조용히 눈물 흘리며 정신과 육체가 황폐화되었던 지난 시간을 담담하게 표현했다. 2부에서는 그의 마음과 육체 모두를 감싸 안아준 남편, 가족을 포함한 주변의 소중한 것에 대해 새롭게 눈을 뜨는 시인의 마음이 담겼다. 그리고 3·4부에서는 그 동안의 고통과 절망, 슬픔 등이 또 다른 희망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시인의 심리 상태를 이야기했다. 정다혜 시인은 지난 2005년 <열린시학>에서 신인상을 수상하며 활동을 시작했다. 울산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경상일보 유귀화기자 duri1217@ksilbo.co.kr ------------------------ 조선일보 단신 ●스피노자의 안경 정다혜 시집|고요아침| 136쪽|7000원 ‘눈을 뜨면 제일 먼저/ 아내의 안경을 닦는 남자/ 오늘도 안경을 닦아/ 잠든 내 머리맡에 놓아두고 간다/ 그가 안경을 닦는 일은/ 잃어버린 내 눈을 닦는 일’이라는 시인은 서른 다섯살에 한쪽 눈을 잃었다. ‘외눈의 절망은 두 눈으로 보는 세상/ 한 눈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라며 좌절한 시인은 ‘외눈의 축복은 두 눈으로 보는 세상/ 한 눈으로도 볼 수 있다는 것’이라며 다시 일어선다. 교통사고로 딸마저 잃었던 시인은 고통스런 삶을 온몸으로 껴안는다. ----------------------------------- 안경닦는 그에게서 희망에 눈뜨다 시인 정다혜씨 두번째 시집 '스피노자의 안경' 출간  울산작가회의와 서정시마을 회원으로 활동해 온 시인 정다혜(53)씨의 두번째 시집 '스피노자의 안경'(고요아침 출간)이 나왔다.  2005년 <열린시학> 신인상 수상으로 문단에 데뷔한 정 시인의 첫번째 시집 '그 길 위에 네가 있었다' 이후 3년만에 나온 시집이다.  이번 시집은 이은 죽음을 딛고 선 사람들만이 보여줄 수 있는 감동이 담겨 있다.  정 시인은 17년 전 자동차 사고로 한쪽 눈을 잃었다. 자신이 운전하던 차의 옆자리에 타고 있던 어린 딸은 그 자리에서 절명했다. 말하자면 한쪽 눈만으로 죽어가는 딸을 지켜본 셈이다. 억장이 무너지는 절망과 죄책감은 정 시인을 나락으로 몰고갔다.  하지만 이런 절망 속에서도 희망은 멀리 있지 않았다. 정 시인의 남편(손춘식)은 우울증에 빠진 정시인의 시 쓰는 작업을 위해 매일 출근 전 아내의 '한쪽 눈'안경을 정성껏 닦았다.  그런 남편의 모습이 정씨에게는 '스피노자'가 안경을 만지는 모습으로 비쳐졌다고.  "눈을 뜨면 제일 먼저/ 아내의 안경을 닦는 남자/ 오늘도 안경을 닦아/ 잠든 내 머리맡에 놓고 간다/ 그가 안경을 닦는 일은/ 잃어버린 내 눈을 닦는 일 (중략) 그는 얼마나 많은 눈물을 삼켰을까/ 생계를 꾸려가기 위해/ 안경의 렌즈를 갈고 닦았다는/ 철학자 스피노자/ 잃어버린 내 한쪽 눈이 되기 위해"(표제작 '스피노자의 안경' 중)  아내를 위해 안경을 닦는 남편으로부터 스피노자와 시를 발견한 시인, 그야말로 부창부수다.  문학평론가 유성호(한국교원대 교수)씨는 "'아내의 안경'은 남편에게 '한 그루의 사과나무'일 것"이라면서 "아내의 안경을 닦는 남편의 위대한 노동은, 시인으로 하여금 '사랑'이라는 주제에 눈을 뜨게 하는 가장 직접적인 원형질이 된 것 같다."고 평했다.  시인은 '시인의 말'을 통해 "두번째 시집은 슬픔이 정제되어 있어 차분한 마음으로 썼다"며 " 시가 있고, 남편이 있고, 스피노자의 안경이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울지 않을 것이며 작은 바램이 있다면 내 생애 앞으로 남은 시간들을 장애를 가지고 힘들게 살아가시는 분들을 위해 봉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울산신문 김미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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