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모음

2006.01.20 00:42

미문이 조회 수:1547 추천:75

* 미문이 주; 이 자료는 종파 이기윤 시인이 자유게시판에 올린 것을 그대로 이동시켜 놓은 것입니다. 좋은 자료를 주신 이 시인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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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 화첩 기행/김종훈
조선일보 - 주산지 물빛/조성문
서울신문 - 국립중앙박물관/한분옥
부산일보 - 겨울, 새벽 일터/김진길
강원일보 - 용대리 황태덕장/이우식



■ 동아일보
화첩 기행/김종훈


오종종한 징검돌이 샛강 건너는 배경으로
미루나무 두엇 벗삼아 길나서는 물줄기와
기슭에 물수제비 뜨는 아이들도 그려 넣는다

여릴 대로 여리더니 어깨 맞댄 물길들이
한 줄 달빛에도 울렁이던 맑은 서정을 삼키고
여울은 화폭을 휘적시며 세차게 뒤척인다

구도마저 바꿀 기세로 홰를 치며 내달리다
분 냄새 이겨 바른 도회지 그 풍광에서
노을 빛 그리움에 젖어 물비늘 종일 눕는다

어느새 귓가 허연 강가 풀빛 아이 불러내며
캔버스를 수놓던 현란한 물빛 지운 채
꿈꾸던 역류를 접고 강은 고요 속으로 흐른다




■ 조선일보
주산지 물빛/조성문

청송땅 샛별 품은 갈맷빛 외진 못물 갓밝이 저뭇한 숲 휘감아
도는 골짝만 된비알 뼈마디 꺾는 물소리 가득하다.
호반새 울음 뒤에 퍼지는 새벽 물안개 실오리 감긴 어둠도 한
올씩 풀어내고 삭은 살 연기가 되고 재 되는 저 춤사위.
사는 일 짐 부려 놓고 제 거울 들여다보는 고요도 버거운 이
차갑게 돌아앉고 못 속에 누운 왕버들 퉁퉁 부은 발이 시리다.
숨 돌릴 겨를 없이 짙붉게 타는 수달래 먹울음 되재우고 저마
다 갈 길 여는가 내 앞에 툭툭 튄 물살 쌍무지개 지른다.




■ 서울신문
국립중앙박물관/한분옥

투명한 유리 집에 한 여인이 살고 있다
천년이 흘러간 뒤 다시 천년 반석에 놓여
꽃 같은 싱싱한 웃음,늘 그 자리에 바치고
세속 모든 언어들이 여기와 갈앉는다
풍경도 울지 않는 채,감도는 작은 고요
해묵은 청동의 녹이 봄빛 파랗게 물들이고
가까이 다가서면 이웃집 아낙도 같은
어쩌면 옷깃 한번 스치고 간,머언 인연 같은
아니야,나를 어루신 우리 어머니 손길 같은
실선 따라 흘러내린 빛나는 고운 눈썹
떨쳐낸 유혹하며 숨겨진 예감하며
살 에는 바람 소리도 춥지 만은 않구나




■ 부산일보
겨울, 새벽 일터/김진길

외투깃 절로 서는 대한절 이른 아침
밤새 지친 가로등이 어둠을 배웅하고
발갛게 얼음 든 귓불,목도리를 후빈다.

장작불 익어가는 공사장 한 모퉁이
곁불 쬐는 인부들의 웅숭그린 어깨위로
허어연 입김 오가며 안부를 건네고

아직 어스름한 언 땅위의 그림자들,
잉걸불 환한 온기로 가슴마저 녹여내며
묵직한 삶의 봇짐을 한 덩이씩 부린다.

알큰하게 몸 더워야 하루가 거뜬하다고
바람 숭숭 든 찌개에 소주 한 잔 곁들이는
한평생 노역의 훈장이 새벽달에 빛난다.




■ 강원일보
용대리 황태덕장/이우식

저들은 지금 한껏 목청 돋우고 있다
동해 푸른 목숨 비릿한 몸을 빌어
가슴 속 대못 지우며 뽑아내는 판소리

파도가 울어대고 폭풍이 내달리는 건
결코 환청(幻聽)이 아닌 누군가의 거친 숨결
본능의 아름다움이란 아, 바로 이것인가

벌떡 일어나서 성큼 성큼 다가온
산이 불을 토하듯 단숨에 휘갈겨버린
그것은 저 이중섭의 `흰 소'같지 않은가

서릿발 맺힌 매듭 한결 풀어 젖히고
언 몸 서로 부딪쳐 뜨겁게 비비다가
벼랑끝 붙잡은 손을 타악 놓은 그 장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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