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과 사랑/정용진

2007.07.23 0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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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과 사랑/정용진 제 1부 : 시 창작론 1) 시란 무엇인가 (시의 정의) 시란 “자연과 인생에 대한 감흥, 사상 등을 운율(韻律)적으로 표현한 글이다.” “시란 개성적인 시인에 의하여 가능한 한 믿을만하게 기록된 상상적 표현이다.“ Stauffer. “문학은 언어를 매개로하는 인생의 표현이요, 시는 사상과 감정을 통한 생명의 해석이다.” Huddson “시는 체험이다“ 마리아 릴케 “시란 언어로 빚은 도자기요, 도자기는 흙으로 빚은 시다.” 김상옥(金相沃) “ 시란 직관의 눈으로 바라다본 사물의 세계를 사유의 체로 걸어서 탄생시킨 생명의 언어인 동시에 영원의 메아리다.” 정용진. 2) 시인이란 누구인가 시인이란 언어의 밭을 가는 쟁기꾼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문학성, 시학성, 창조성이고 시인의 투철한 이해력을 바탕으로 의도의 형상화, 그리고 사물과 사리의 적절한 표현이 서로 조화를 이루면서 작품이 탄생되는 것이다. 시인이 하나의 소재를 얻으면 주제의 설정을 위하여 고민에 빠지게 되고 깊은 고민과 상상력을 통하여 새 생명을 탄생시키는 산모의 고통을 겪게 된다. 하나의 석재를 조각품으로 완성하기 위하여 자르고, 갈고, 닦고, 문지르는 절차탁마(切磋琢磨) 의 수고가 바로 이것이다. 아무리 귀한 옥이라도 쪼지 아니하면 그릇을 만들 수가 없다.(玉不琢 不成器) 허구(虛構)를 주조(主調)로 한 소설이 작품으로 완성되려면 반드시 언제, 어디서, 누가, 무엇을, 어떻게 에 초점을 맞추는 것처럼 시에 있어서도 기승전결(起承轉結)의 조화는 필요한 것이다. 시인 시인은 언어의 밭을 가는 쟁기꾼이다. 나는 오늘도 거친 언어의 밭을 갈기 위하여 손에 쟁기를 쥐고 광야로 나간다. -정용진, <시인> 전문 3) 시를 쓰는 자세 a) 시작의 동기 시인이 시를 쓰려면 반드시 분명한 동기가 있어야 한다. 문학을 통하여 사회의 모순을 고발하고, 대중에게 전달하여 구체적으로 작품 속에 형상화 하려는 현실적 동기와, 시로 사회적 모순을 타파하려는 시도를 거부하고 인간의 정신세계를 시를 통하여 풍요롭게 하겠다는 관념적 동기의 시세계로 구분되기도 한다. 자신의 사상이나 감정을 자기 자신에게 스스로 묻고 해답을 얻는 독백(Monologue)의 방법과, 나와 상대방간에 진지한 대화를 나누고 서로 수긍하고 이해하면서 해답을 찾아내는 대화(Dialogue)의 방법이 있는데 작품이 생명성 을 유지하고 남의 가슴속에 파고들어가 오래 기억되기 위해서는 후자의 방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b) 소재의 선택과 주제의 설정 시 창작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소재의 선택과 주제의 설정이다. 집을 지으려면 어떤 재료를 써서 어떤 집을 어떻게 지을 것인가를 먼저 설계해야 하는 것처럼 좋은 소재를 풍성하고 다양하게 수집하여 평소에 체험한 관찰, 독서, 사색을 통해서 여과한 후에 사용해야 한다. 시는 시인이 일상적 생활 속에서 순수하고 자연적으로 느끼는 서정적 감정에 초점을 맞춘 서정시와, 현실 생활을 소재로 한 시, 그리고 논리적 사고에 중점을 두는 이성적 차원의 관념시로 구분한다. 나의 시 나의 시는 한밤중 야래향(夜來香)이 번지는 뒤뜰을 거닐다가 문득 마주친 연인의 가슴 속에서 건져낸 아픔이다. 빈들에 눈발이 덮이듯 낙엽이 쌓이는 늦가을 돌계단을 오르는 발자국 소리다. 나의 시는 한겨울 동면의 시간을 인내로 살다가 언 땅을 가르고 솟는 생명의 열기. 이제 가난한 마음속에 영혼의 깃발로 나부끼는 감격이다. 푸른 심원(深遠)에서 끝없이 출렁이는 물결 소리다. -정용진, <나의 시> 전문 c) 이미지의 발굴 이미지(心象, 心像)란 감각적 체험의 재생이다. 시인의 마음속에 그려지는 역동적 구상화로 사진이 빛으로, 음악이 리듬으로, 미술이 색깔로, 무용이 율동으로 이미지를 구성하듯 시란 시인의 기억, 공상, 상상으로 그려지는 마음의 그림이다. 시의 형식이 리듬과 운율(韻律)의 음악성과 심상을 그림으로 그리는 회화성의 2대 요소로 구성되어 시 창작의 원동력이 된다. 시인이 어떤 이미지에 몰입되고, 어떤 이미지를 발굴하며, 그 이미지를 어떻게 형상화 하느냐에 따라서 시의 모습이 달리 나타나게 된다. 이미지는 감각적 이미지, 비유적 이미지, 상징적 이미지로 구분한다. 감각적 이미지는 정서와 사상을 통한 경험사실의 감각화 또는 육화라고 한다. 감각적 체험의 재생으로 시인의 오관 즉 시각적, 청각적, 촉각적, 취각적, 기관적, 근육 감각적, 이미지로 나눈다. 비유적 이미지는 원관념과 보조관념에 따라 제유법, 환유법, 직유법, 은유법, 의인법등 수사적 방법에 의한 비유적 형상의 접속을 의미한다. 상징적 이미지는 시인의 경험, 기호, 기질, 종교, 등에 의하여 상징적으로 나타난다. d) 비유 비유는 유추를 통하여 사물 속에 숨겨진 한 대상의 성질을 다른 대상에도 비슷한 게 있으리라고 추정해내는 추리작용이다. 비유에는 추상, 구상, 사상, 감정 등이 융합되어 있다. 비유에는 직유(-와, 같이, -처럼, -만큼, -마냥) 은유(치환은유, 병치은유,) 의유(擬喩) (의인법, 의성법, 의태법) 대유(代喩) (제유, 환유, 인유)가 있다. 직유는 장식적 효과를 지니나 각기 다른 두 개의 심상이 대등, 조화, 대적, 충돌을 하면서 서로 조화를 이뤄 돌연히 혼합의 빛깔을 이룬다. e) 상징(象徵)과 알레고리(풍유.諷諭) 상징이란 “어떤 관념이나 사상을 구체적인 사물이나 심상을 통해 암시하는 일”이다. 은유는 의미에 초점을 맞춘다. 상징은 동일성, 암시성, 다의성, 입체성, 문맥성 으로 구분한다. 풍유(알레고리)는 본래의 의미는 숨기고 다른 말 또는 이야기를 내세워 본래의 의미를 암시하는 비유법이다. 상징이 “한 심상과 한 관념을 상상에 의하여 연결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 시인이 시의 언어를 통하여 이미지를 형상화 시켜 전달하므로 서 심상이 지닌 언어적 한계를 초월하여 언어 이전의 본질적 세계로 유도하는 상징적 수법을 의미하며 이때에 시적 주제가 구체화 되고 심화되는 특성이 있다. 알레고리는 우화, 상징, 심상, 기호, 상징도, 비유, 경구, 은유, 번역, 등의 개념을 가지며 언어에 의해 하나를 말하여 다른 것을 의미할 때 나타나는 것으로 되어있다. f) 역설과 아이러니 시어의 특질이나 특성을 바로 나타내기 위하여 활용하는 방법이 하나다. 시어에서의 역설이란 일상적 세계에서는 모순이 되는 진리가 그 모순을 초극함으로써 보다 차원 높은 세계에서 영원한 진리로 탄생되는 것을 의미한다. 키엘케고르는 인간 삶의 과정을 1) 쾌락적 삶을 추구하는 미적 단계. 2) 도덕적 선을 추구하는 윤리적 단계. 3) 신의 구원을 통해 이루어진 삶의 완성인 종교적 단계로 구분 하였다. 아이러니란 미적 인간의 단계와 윤리적 단계의 중간적 삶을 의미 하였는데 여기에 아이러니로서의 삶과 유머로서의 삶이 있다고 하였다. 아이러니는 이때부터 부각되기 시작 하였다. g) 카타르시스(Catharsis) 카타르시스는 작위적 행위로서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6장에서 ‘비극은 드라마적 형식을 취하고 서술적 형식을 취하지 않으며 연민과 공포를 환기시키는 사건에 의하여 감정의 카타르시스를 행 한다 .에서 비록된 것인데 정서 균형을 되찾았을 때 느끼는 쾌감과 비극과 같은 심각한 작품에서 고통을 통하여 얻어지는 지혜를 의미한다.“ 인간은 누구나 시원스럽게 쏟아버리고 싶은 욕망과 자기 자신을 비워 버리고 싶은 충동을 지닌다. 시 창작의 세계 속에서도 이를 과감하게 처리할 수 있는 능력과 용기가 있다면 성공적인 작품을 남길 수 있는 명 시인이 될 것이다. 나 나라고 하는 존재가 하잘것없는 것은 누구보다도 내가 잘 안다. 그래서 나는 늘 자신을 만날 때마다 괴로워하고 있다. 낮에는 세사에 쫒겨 잊고 살지만 밤이 되면 잃은 나를 찾아 꿈길을 나서는 슬픈 길손이 된다. 우리 모두는 이렇게 모여서 못난 나 자신들을 알아내기를 바라듯 내가 누구인지 그 진실을 찾기 위아여 밤마다 다시 태어난다. 그리고 창이 밝아오는 새벽을 두려워하며 나라고 하는 존재가 하나의 고통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기 위하여 저들같이 때 묻은 거리를 떠돌며 큰소리로 외쳐대기 보다는 쪼들려 못난 나를 사랑하는 버릇에 곧 익숙해지고 만다. 오늘도 나는 삶의 현장에서 잃어버린 나를 찾아나서는 또 하나의 슬픈 길손이 된다. -정용진, <나> 전문 4) 퇴고(堆敲) 썼다 지웠다 의 힘겹고 고된 반복, 이것은 시인의 운명이요, 작가의 사명이다. 이것을 제대로 못해서 명작이 될 작품을 망치고 괴로워하는 것이 문인들의 과오요 고통이다. 시인들이 작품을 써 놓고 샴페인을 너무 성급히 터트리면 반드시 후회한다. 작품이 한번 세상에 나가면 내 것이 아닌 우리 모두의 공유가 되기 때문이다. 퇴고의 중요성이 여기에 있는 것이다. 5) 창작의 중요성 시를 쓸 때에는 다작도 중요하지만 독자의 가슴 속에 오래 남을 수 있는 수작을 쓰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자신만의 독백으로 난해한 시를 쓰면 독자들로부터 외면을 당하고, 서정과 은유가 없는 시는 짧은 글이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작가가 창작시 주의해야 할 사항은 다음과 같다. a) 이미지(Image)의 참신성 이미지란 심리학적 용어로 “머리에 떠오르는 것으로서 감각적 성질을 지닌 것”을 의미한다. 모방을 벗어난 창조와, 새로운 시상의 발굴, 나만의 고유의 시세계 구축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 이미지는 “감각적 체험의 재생”으로서 독자의 상상력에 호소하는 방법이다. 시란 시인의 상상력에 의하여 그려진 그림(Word Pictured)이다. 어떤 사물을 바라다보고 이를 시인의 언어로 그리는 사생화(寫生畵)가 곧 그 시인의 시가 되는 것이다. b) 은유(Metaphor)의 서정성 시인은 시를 쓰기 위하여 자연과 나, 사물의 세계의 아름다운 조화와 현상을 뛰어넘는 상상력의 늪 속으로 몰입되어야 한다. 은유는 원관념과 보조관념이 유사성 또는 관련성에 의하여 성립되는 치환은유와 시구와 시구를 병치함으로서 그 병열과 종합을 통해 새롭고 독특한 의미를 창조하는 병치은유로 나눈다. c) 구성(Plot)의 합리성 문장의 구성이 체계적이고 강성을 벋어나 유연성을 지녀야 한다. 무애(无涯) 양주동(梁柱東)의 “문장이, 뱀이 풀 섶을 지날 때 그 등이 보일 듯 말듯 한 유연성과 고저장단의 묘를 살릴 수 있는” 초사회선법(草巳回線法)이 깊은 의미를 제시해준다. d) 시의 종류 시는 보편적으로 서정시, 서사시, 극시, 이야기체를 도입한 참여시(담시.Ballad)로 구분한다. 농부의 일기 나는 마음의 밭을 가는 가난한 농부. 이른 봄 잠든 땅을 쟁기로 갈아 꿈의 씨앗을 흙 가슴 가득히 묻어두면 어느새 석양빛으로 영글어 들녘에 가득하다. 나는 인생의 밭을 가는 허름한 농부. 진종일 삶의 밭에서 불의를 가려내듯 잡초를 추리다가 땀 솟은 얼굴을 들어 저문 하늘을 바라보면 가슴 가득 차오르는 영원의 기쁨. -정용진, <농부의 일기>전문 6) 시인의 사명 시인은 언어의 연금술사다. 각종 언어가 들어있는 광석을 수집하여 가슴 깊은 곳에 내장되어 있는 자신의 용광로에 저장하고, 불을 지피고, 풀무질을 계속하여 용암의 분출을 기다려 정금을 창출해내야 한다. 문(文)이 곧 인(人)라고 하는 것은 글속에 작자의 천품과 인품 그리고 상념의 실상이 그대로 배어있기 때문이다. 소설이 허구의 세계 구축을 위하여 문장을 작가의 구상대로 확장하고, 수필이 자신이 느낀 사물의 세계를 붓 가는대로 자연스럽게 표현해 놓는다면, 시 창작은 끌을 손에 쥐고 조각을 하는 심정으로 언어를 갈고 다듬는 피나는 장인의 노력이라 할 수 있다. 이때에만이 명작이 탄생되는 것이다. 시인이 영원히 사는 사명의 길은 모방이나 짜깁기가 아닌 창조뿐이다. 시인은 명작을 얻기 위하여 언어의 군살을 제거하는 피나는 노력이 필요하다. 시인이 모방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면 표절 시비에 휘말릴 위험성이 이 있다. 시인은 사물과 자연의 세계를 a) 심안(心眼)으로 봐야한다. b) 영안(靈眼)으로 봐야한다. c) 천안(天眼)으로 봐야한다. 철인 데칼트가 지적한 바와 같이 “일체(一切)를 회의(懷疑)하라”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시인은 시를 쓸 때에는 1) 심미적(審美的) 세계를 볼 수 있는 혜안이 있어야한다. 2) 언어의 유희(遊戱)가 있어야 한다. 3) 작품 속에 영원의 메아리가 서려 있어야 한다. 4) 운율적으로 창작해야 한다. 5) 거꾸로(삐딱하게) 볼 줄 알아야 한다. 6) 독자가 참여하 수 있는 상상의 여백을 남겨 두어야한다. 7) 세속적이거나 이미 다른 시인이 쓴 언어를 피해야 한다. 8) 타인의 작품을 많이 읽어야 한다. 9) 정서와 사상의 절제와 압축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10) 퇴고의 퇴고를 거듭하는 습성을 지녀야 한다. 제 2부 : 시인과 사랑 1) 사랑의 초대 인간은 위대하다. 우주의 주인이요, 하나님도 인간의 모습으로 세상 속에 오셨다 그리고 인간을 사랑하셨다. “인간은 얼마나 위대한 작품인가. 이성은 얼마나 고귀하고, 능력은 얼마나 무한한가 ,그 형상과 동작은 얼마나 명확하고 훌륭한가, 행동은 마치 천사와 같고, 이해력은 신과 같다. 세계의 미요 만물의 영장이다.”<세익스피어> 인간이 위대한 것은 행복을 스스로 추구할 줄 아는 능력의 소유자라는 것이다. 철인 소크라테스는 행복은 지. 덕. 복, (知 德 福)의 합일(合一)이라고 지적 하였다. 그가 주장한 지.신.행 (知 信 行)과 일치하는 철학적 결론이다. 시인은 위대하다. 그 생각과 표현이 얼마나 아름답고 찬란하여 만인의 가슴을 영원히 뒤흔드는가. 가을 아침에 그리워하는 마음 한 그루의 파초가 되어 내 가슴에 자라게 하옵소서. 조그마한 생명의 빈 잔에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형상을 담아 주시고 번뇌 없는 마음에 평정을 주옵소서. 외로운 영혼 청자 빛 하늘에 인생을 노 젓게 하옵소서. 그날이 오면 희열에 넘치는 행복의 술잔을 당신 앞에 바치오리다. 찬란한 가을 아침에 사랑의 노래를 들려주옵소서. -정용진 <가을 아침에> 전문 시인은 사랑의 작사자다. 시인이 사랑을 작사하면 여기에 작곡가가 곡을 붙이고 성악가와 많은 사람들은 즐겁게 노래를 부른다. 거장 슈만은 하이네의 시에 곡을 붙여 세상 사람들의 숱한 사랑을 받는 연가곡 “시인의 사랑“을 작곡하였다. 그리고 많은 사랑을 독차지 하였다. ‘아름다운 오월에’로 시작하여 ‘옛날에 불길한 노래’에 이르기 까지 16곡으로 완성 되었다. 공자의 인(仁), 석가의 자비, 예수의 사랑이 하나같이 인간이 인간다울 수 있는 유일한 행복의 길임을 알려주고 있다. 사랑은 감성(Pathos)과 이성(Logos)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룰 때 행복으로 열매 맺는다. 인간이 아름다운 사랑을 소유하려는 염원은 남녀가 동일하다. 그리움이 사랑으로 사랑이 행복으로 연결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결혼으로 이어지고 자녀를 출산하는 것도 여기에서 연유한다. 플라톤이 “연애할 때 사람은 누구나 시인이다.”라고 갈파 한 것도, “개조차 리듬을 갖고 짖게 하는 것이 사랑이다.”라고 역설한 영국의 극작가 존 플레처의 말도 이에 맥을 같이한다. 분명 시인은 가슴속에 깊이 잠든 사랑의 혼을 불러 깨워주는 나팔수다. 연(鳶) 바람 부는 날 나는 너를 향해 연을 띄운다. 내 연연(戀戀)한 마음을 띄운다. 티 없이 연연(涓涓)한 그리움이 창을 두드리면 너는 문을 열고 나와 창공에 휘날리는 깃발을 보아라. 오늘도 나는 연연(連延)한 사랑의 실타래를 풀어 절절한 사연을 하늘 높이 띄운다. * 연연(戀戀) : 잊혀지지 않는 안타까운 그리움. * 연연(涓涓) : 시냇물이 졸졸 흐르는 모양 * 연연(連延) : 죽 이어져 길게 벋음. -정용진, <연> 전문 사랑은 그리워하는 마음이요, 주고 싶어 하는 마음이며, 소유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다. 남녀 간에 정을 드려 애틋이 그리는 일이 사랑이다. 사랑의 신은 눈을 가린 맹목의 신이기 때문에 사랑의 상대방을 찾는 방법과 모양이 서로 다르기 쉽다. 획일적이 아닌 상대적이요, 객관적이 아닌 주관적이요, 현실적이기 보다는 이상적이다. 그리고 수단이 아닌 목적적 가치다. 참신한 사랑은 순수한 눈으로 상대방을 바라보려하고, 아름다운 마음으로 연인을 그리려한다. 그러나 파스칼의 말처럼 “연애의 원인은 사소 하지만 그 결과는 중대하다.” 봄 달 날이 저물기를 기다려 달이 꽃에게 다가가서 너는 나의 입술이다 속삭이니 꽃이 달에게 너는 나의 눈썹이다 고백한다. 둘이 서로 마주보고 마음을 여니 향이 흐르고 미소가 넘쳐 봄밤이 짧더라. -정용진, <봄 달> 전문 2) 사랑의 기쁨 사랑의 감정은 신나고, 아름답고, 벅찬 감격이다. 사랑하는 남녀는 밤새도록 함께 있어도 지겹지 않고 행복하다. “여자의 일생은 감정이라는 곡선에 따라 회전하고 남자의 일생은 지성이라는 직선 위를 진행 한다”고 오스카 와일드는 설파했다. 이는 스탕달이 “여성은 이성보다 정서를 좋아한다.”고 지적한 말과 맥이 상통한다. 아내 아내는 꿈으로 깊어 가는 호수(湖水). 고요한 바람에도 가슴 설레이고 임을 기다리는 그리움으로 출렁이는 물결. 서러웠던 삶의 언덕에서 애처롭게 맺힌 눈물방울도 사랑한다는 한마디 말에 소리 없이 녹아내리는 봄눈. 오늘도 인생의 기인 강가에서 그대를 부르면 노을빛으로 타오르는 사랑의 불빛 그대 가슴은. -정용진, <아내> 전문 “약한 자여 네 이름은 여자.” 문호 세익스피어가 햄릿 1막 2장에서 한 말이다. 그러나 종교개혁자 마틴루터는 “돈은 강하다. 왕은 더 강하다. 여자는 한층 더 강하다.”라고 말했다. ‘남성은 세계를 지배하지만, 여성은 남성을 지배한다.“ 라는 말이 여성의 위대성을 증명하고도 남는다. 장미 새벽안개 면사포로 드리우고 그리움 망울 져 영롱한 이슬 방울방울. 사랑이 가슴에 차오르면 비로서 아름아름 입을 여는 장미꽃 송이 송이들. 사납게 찌르던 가시의 아픔도 추억의 향기로 번지는 꽃그늘 언덕에서 뜨거운 혼 불로 타오르는 밀어여. -정용진, <장미> 전문 3) 사랑의 아픔 이 세상에서 제일 슬픈 일은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 는 일이다. 이별에는 아픔과 고통이 따르기 때문이다. 불경에는 “업으로 정해진 것은 면할 길이 없다(定業 不能免)는 가르침이 있다. 이 세상에서는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막을 길이 없는 일들이 바로 그것이다. 여기에 운명론이 나오고, 예정론에 기울고, 한계상황(限界狀況)의 철학이 나오기도 한 것이다. 무제(無題) 싱그러운 미래의 꿈을 남향한 언덕에 가꾸며 숱한 밀어를 익혀오던 동구 밖 과원 한 알의 사과를 잉태하자던 아름다운 염원은 산산이 조각나고 지금은 낙엽이 되어 망각의 뒤안길을 외롭게 뒹구는 사랑의 언어들 물빛보다 차가운 그대의 눈망울 눈망울 언 가슴을 따스히 녹여주던 부드러운 손길 이제는 돌아올 수 없는 애별리고(愛別離苦)의 운명과 손잡고 머얼리 멀리 떠나가는 가 눈물 없는 이별을 아름다운 슬픔을. -정용진, <무제> 전문 불가에서는 생로병사(生老病死)의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네 가지 괴로움 ,의 사고(四苦)와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져야 하는 괴로움(愛別離苦), 만나지 말아야 할 원수 같은 사람과 만나야하는 괴로움(怨憎會苦), 구하고자하나 얻어지지 아니하는 괴로움(求까不得 苦없), 까닭 없이 자신의 마음을 자기스스로 괴롭히는 괴로움(五陰盛苦)을 일러 인생의 팔고(八苦)라고 한다. 이 얼마나 의미심장한 말씀인가. 비오는 창가에서 비오는 창가에서 빗소리를 들으며 유리창이 씻기는 모습을 바라다보면 가냘픈 내 영혼도 수정처럼 맑게 씻기는 기쁨을 얻는다. 산길을 덮으며 눈이 오던 날 가슴 가득 차오르던 충만감 땅거미가 내리는 어스름 봉당 을 올라서며 눈을 털던 발소리가 그립다. 비오는 날엔 온종일 잊혀 진 사람의 소식이 기다려진다. 빗물이 흐르는 창밖에 유채화로 서있는 너의 얼굴 아직도 창밖에는 귀에 익은 발소리처럼 저벅저벅 비가 나리고 있다. -정용진, <비오는 창가에서> 전문 4) 사랑의 추억 낙화 늦은 봄날 울 밑에 잠든 삽살개 잔등 위로 솔솔이는 실바람 나무 그늘을 지나는 여인의 옷깃에 꽃물결 무늬가 일고 있다. 지금은 어느 계집아이의 어머니가 되었을 세월인데 뒷집 아이가 날린 연이 높이 떠올라 이별이 아픈 골목길 시들은 꽃을 버리고 떠나가는 나비의 몸짓으로 낙화가 일고 있다. 머얼리서는 추억이 슬픈 강물소리. 그대와 함께 거닐던 거리에 꽃노을이 붉은 이 저녁 몸살을 앓아 수척해진 너의 모습이 무척 그립다. -정용지, <낙화> 전문 사랑의 잔재, 이별은 슬픔과 참을 수 없는 아픔을 남기고 떠나가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소중한 추억으로 낯 달처럼 낡아가며 가슴에 남는다. 연애가 감정이요, 낭만과 충동 이라면 결혼은 엄연한 현실이요. 책임이다. 오스카 와일드가 “결혼은 연애의 무덤.“이요. 피노드가 ”결혼은 사랑의 일몰이다.“라고 지적한 말이 명언 중에 명언이다. 역사는 분명히 과거 속에 살아있는 오늘이다. 우리는 이 과거의 환상 속에서 오늘을 새삼 발견하고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면서 미래지향적으로 살아가는 동물이다. 사랑의 추억 이 얼마나 시인들의 가슴을 뒤흔드는 고귀한 시제인가. 들 꽃 천 년의 정적이 낡은 시간들처럼 소리 없이 쌓이는 후미진 산록에 홀로 서서 임을 기다리는 들꽃 한 송이 지나는 바람결에 가슴 떨며 손을 흔들고 애타는 마음을 향으로 피워내는 외로운 들꽃. 아침 햇살에 노을빛 색동옷을 가려입고 볼 붉히는 너는 순결의 화신(化身) 애틋한 사연을 유채화로 담아 청산에 둘러두고 오늘도 그리운 임을 기다리는 슬픈 들꽃아. -정용진, <들꽃> 전문 가을 풍경 간밤 별빛이 유난히 차게 밝더니 계곡에는 무서리가 내리고 돌배나무 잎이 자지러지게 무르익어 지나던 길손도 취하여 조는데 들길을 지나는 바람이 피리소리가 되어 저무는 이 저녁 기인 산그늘이 주막에 붐비네. 행낭을 밀고 가는 배달부의 발길에도 정든 사람들의 숨결이 가득한데 고령산 보광사 타는 단풍이 옷깃에 배어 얼굴과 가슴이 붉던 내 소녀는 지금 어느 길목에서 그리움에 취하여 잠을 청하는가. -정용진, <가을 풍경> 전문 5) 사랑의 구분 고대 희랍인들은 사랑을 3가지로 분류하였다. 첫째가 아가페( Agape)다. 이는 나와 신과의 종적인 관계다. 신 앞에 홀로 서는 단독자의 실존이다. 아무리 나를 아껴주는 부모나 아내라도 내 인생의 주워진 몫을 대신해 줄 수 없는 순수한 나의 할당량이다. 여기에 신과 나와의 간절한 기도와 대화가 필요하고 그 노력 여하에 따라 삶의 질이 크게 달라진다. 둘째가 에로스(Eros)다. 이는 남녀 간에 오가는 뜨거운 사랑을 의미한다. 제우스신의 미움을 사서 한 몸이었던 남녀가 둘로 나뉘어졌고 이성의 눈을 뜨면서 자신의 짝을 찾아 갈망하는 것이 에로스라고 이들은 믿었다. 젊은 남녀 간의 사랑은 파토스가 지배하기 때문에 강렬하고 강한 소유욕에서 벗어나기가 힘들다. J. K.제롬이 지적한 것처럼 “사랑은 홍역과 같다.” 잘 치루면 생명을 얻지만 잘못 치루면 생명을 잃는다. 루소는 “10세에는 과자에 움직이고, 20세에는 연인에, 30세에는 쾌락에, 50세에는 탐욕에 움직인다.”고 지적하였다. 사랑은 젊음의 향기요, 꽃이며, 희망이다. 이것이 잘 성취되면 싱싱한 열매를 얻고 행복을 소유하게 된다. 셋째가 필리아(Phile)다. 벗과 벗 사이에 오고가는 훈훈한 우정을 말하며 너와 내가 신의를 지키고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며 합동하는 대인관계의 초석이요, 사회를 형성하는 접착제가 우정이기도 하다. 괴테와 실러의 교류, 관중과 포숙아의 우정(관포지교), 유비와 제갈량의 만남(수운지교)은 인류 우정의 본으로 귀감이 되고 있다. 훌륭한 친구를 얼마나 가지고 있는 야에 따라 사회인으로서 성패의 가름이 되기도 한다. 좋은 친구를 갖는 것도 중요하지만 남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 주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사랑은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 추구하는 최고의 선이다.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가 믿음, 소망, 사랑 중에서 그 제일은 사랑이라고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사랑의 마음으로 일생을 산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겠지만 이는 몹시 힘든 일이다. 그러나 시인의 본질과 사명은 사랑을 이 세상 인류들에게 전하여 노래 부르게 하고 그 삶이 아름답고 행복하게 도와주는데 그 목적이 있다. 여러분들 모두가 아름다운 사랑 속에 행복하시기를 기원한다. 철인 데칼트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고 사고의 중요성을 강조하였고 파스칼은 ”사고성은 인간의 위대성이다.“”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다.“라고 역설 하였다. 우리 모두는 삶과 사랑 앞에 진지해지기 위하여 스스로 깊은 사색과 명상이 필요하다. 우물이 깊을수록 그 물맛이 차고, 정(淨)한 원리가 인생의 삶 속에도 그대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장시간 말씀을 들어주신 여러분들께 사랑의 시를 선물로 드리며 이 글을 맺는다. 사랑 그대는 누구이길래 고요히 앉아 있어도 속마음에 가득 차오르고 문을 닫아걸어도 가슴을 두드리는가. 내가 찾지 못하여 서성이고 있을 때 그대 마음도 그러하려니 차가운 돌이 되어 억년 세월을 버티지 말고 차라리 투명한 시내가 되어 내 앞을 소리쳐 지나가게나 골목을 지나는 바람처럼 바람에 씻기는 별빛 같이 그대는 누구이길래 이 밤도 텅 비인 나의 마음을 가득 채우는가. -정용진, <사랑> 전문 시인의 말 사랑은 아름답고 사랑은 따뜻하고 사랑은 행복하다 그러나 사랑은 때로는 외롭고 슬프고 아프다. 그대는 누구이길래 고요히 앉아 있어도 속마음에 가득 차오르고 문을 닫아걸어도 가슴을 두드리는가. 바람 부는 날 나는 너를 향해 사랑의 연을 띄운다. 너는 문을 열고 나와 창공에 휘날리는 깃발을 보아라. -정용진 <나는 너를 향해 사랑의 연을 띄운다.> 한영시선집 서문에서 참고문헌 시창작론(오세영.마광수) 시창작법(홍윤기) 시창작강의(홍문표). 역대 시조선(이기문). 시창작론(오세영.장일근) 빛과 생명의 안식처(안병욱) 필자 (시인. 전 미주한국문인협회 회장) -오렌지글사랑모임 창립12주년 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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