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들이 보내온 편지로 본 청마 유치환

2008.03.20 04:54

미문이 조회 수:1135 추천:8

청마 유치환(1908~1967)의 딸들이 지난 14일 경남 거제시에 기증한 65통의 "청마 편지"가 당시 그의 문학행보와 심경을 살펴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로 주목받고 있다. 이 편지는 청마가 만주에서 귀국한 후 통영과 경주에서 교편을 잡던 시기(1945~1955년)에 문학활동을 해왔던 문인들과 주고받은 일상적 내용이다. 이 가운데는 김춘수(1922~2004) 시인과 2006년 제7회 청마문학상 수상자인 문덕수 홍익대 명예교수가 보낸 편지가 많다. 당시 청마는 김춘수 시인의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으며 김춘수 시인도 청마의 활동에 조력을 아끼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김춘수 시인은 원고지 대신 인사장과 같은 인쇄물의 뒷장을 편지지로 사용하기도 했다. 가장 많은 서신을 주고 받은 문덕수 교수는 청마의 문학적 가치를 매우 높게 평가하며 그의 시세계를 동경해온 인물이었다. 청마는 이 시기동안 청년문학가 협회 활동 등을 맡아 시집을 펴내는 일과 문인들의 시에 대한 의견을 편지로 서로 교환하는 등 문인들과의 교류에 많은 공을 들인 것으로 보인다. 월하 김달진은 청마에게 시작(詩作)에 대한 스스럼 없는 조언과 충고도 잊지 않았다. 월하 역시 청마에게 조언받기를 청하는 등 나이와 상관없는 상당한 신뢰를 나타냈다. 문인들의 편지에는 우표 값이 부족해 수취인이 일부를 부담한 듯한 편지도 눈에 띄었다. 출판사에서 보내오는 원고청탁과 고료문제, 문집에 자신의 글을 실을 수 있었으면 한다는 청탁성(?) 추천 글도 눈에 띄었다. 청마가 서울에서 주로 문인들을 만난 곳은 정동거리(문화싸롱)였다. 기증된 편지속에는 조봉암의 인사장과 청마의 재직증명서, 이밖에도 청마에 대한 개인적인 감상을 담은 여류시인의 글(작품)도 포함돼있다. 이 여류시인의 글은 청마가 서울에 왔다는 소식에 정동거리서 청마를 찾았으나 만나지 못해 아쉽다는 편지글과 자신의 애뜻한 감정을 시로 표현했다. 거제시에 기증된 편지들은 청마가 한국문학계에 남긴 족적과 한때나마 그의 심경을 분석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가 될 전망이다. 최운용기자 yong4758@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