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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맞이하는 추석

2007.09.24 01:36

이 상옥 조회 수:362 추천:62


- 미국에서 맞이하는 추석 -

고국에는
어쩌면 아직까지도 고속 도로 차 안에서 몸을 꼬아대고 있을
가족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여기 북미주에 사는 분들은 변함없이 마지하는 월요일 일테고.  

엊저녁에도 난 테니스를 치러 갔었다.  
붉그스름 한 달이 동녁 하늘에 두둥실 떠 올라서
반짝이는 도심의 불빛을 젊잖게 내려다 보고 있는 듯이 보였다.  
물론 그 옛날  
김장 밭과 저 산등성이의 한창 덩쿨이 무성한
고구마 밭을 비춰 주던 내 추억의 낭만적인 그달 하고는 사뭇 감상이 다르다.  
어디 그뿐인가 ?
추석 송편을 맛보던 토요일이 벌써 까마득히 멀어진 기분이 들긴하지만 그러나
토요일에 맛본 송편은 고향에서 먹었든 그 떡맛이 정말 아니였다.  
짓은 솔입 냄새가 나든 그런 떡이 아니고
설탕을 많이 넣고 만든 생활의 편리에서 오는 그냥 모양만 옛것이였지
그 추억과 정성이란 건 어디서도 찾아 볼 수 없었든  한마디로 ' 인스턴트 송편 '이였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
현제 내가 살고있는 세상이 그렇게 추석 송편처럼 인스턴트인것을.  
만남도 사랑도 우정도 모두 인스턴트를 좋아 하는 인터넷 시대가 아니던가   ?
속도와 효율만을 추구하며 경쟁하는 시대말이다.
아이들의 교육조차도 인격보다는 요령과 눈치를 웃돈을 주며 가르쳐야 하니까 !

이런 시대에 아귀다툼을 하며 고향을 찾아가고
또 열병을 알듯이 집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사실이
다른 문명 사회에서는 좀 이해 못할 짖으로 보일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것이야 말로 요즈음의 새태에도 변함없는
가치를 지니고 있는 민족의 대 이동 쯤으로 생각하고 싶다.
우리는 이렇게까지 홍역을 치루며 가족과 친지를 만나고
그 속에서 자신과 아이들의 정체성을 찾을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난 작년에 한국에 가서 분꽃과 백일홍 , 그리고 나팔꽃 씨를 가져다
뒷뜰에다 심었다. 이 기름진 미국땅은 물만 제때에 주면 아주 잘자라  
지금은 모두 꽃이 한창 피였다.  
물론 이 미국의 겹백일홍이 더 넉넉하고 아름답겠지만  
홑 꽃닢에 가냘프긴 해도 찬 서리가 내릴때까지
변합없이 피여주는 우리 백일홍은 정말 인스턴트가
아니라서 언제나 내게 미소를 선사한다.  
또 분꽃은 마치 나무처럼 자라서 아침 저녁으로
피는데 특히 일을 마치고 집에 가면  
나팔꽃은 이미 오무라들어 있지만  
저 분꽃은 마치 시골 아낙이 오랜만에 분 화장을
한듯이 가까이 간 내게 짖은 냄새를 풍기며 마지해줘서
난 내 얼굴을 드리밀고 미소를 지으며 언제까지나 있고 싶어진다.  
난 그때마다 이 우리 입맛에 맛도록 종자를
교배 한 인스턴트 백일홍보다
본래의 모습으로 내추억에 남아있는 이 꽃들 속에서
그리움과 다정함을 담뿍 느껴서 말이다.

그리고 마음 속으로는 나도 저꽃처럼 변함없는 제모습을
오래 간직하여 다른 사람들의 추억 속에
남아 있었으면 하고 중얼거려 본다.  
뭐랄까  
어쩌면 가을이라서  
또 잊혀지고 싶지않은 몸부림일까 ?
아니면 이 인스턴트 시대에 식상해서 일까 !

여기 사는 우리들은 이미 태여난 곳을 떠나 버린 연어처럼 알에서
깨여난 맑고 찬 고향 강물을 항상 못잊어 하며 살지만
그건 눈을 감고 꿈을 꾸고 있을 때 뿐이고.  
눈을 떠 버리면 물질의 쾌락속에 그 소중한
옛추억 조차도 제 감각을 잃은 체  인스턴트에
취해서 마비된 감각만을 탓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소스라치게 놀라기도 한다.  
그러나 또 어떤때는 ,
여기 문명에 익숙해진 눈으로 고국을 보며  
많은 부문에서 우리의 소중 한 유산들을 잃어가는
모습이 보이는 것같아 아타까워하기도 한다.  
가끔 우리나라에도  
물질이 모든 것에 우선한다는 인상을 받을 때 말이다.
잘 알다싶이 이세상에 제 아무리 물질적으로 풍요러워도  
스킨쉽을 대신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거다.
언제나 자신이 시간을 내여 눈을 마주하고 끌어안아야
할 일을 돈이 대신 할순 없잔은가  ?  
혼잡한 교통을 피하여 고향에 계신 부모 형제나
친척들에게 물질로 적당히 공통 접점을 찾는 것보다는
힘들고 지루하지만 아이들을 이끌고 남부여대하여
고향을 찾아보는 것은 이시대에 가장 보기좋은
우리들의 정신적인 유산이 될 것 같다.  
나 역시 그런 여러분들을 본 받아 자주 부모님이 잠들어 계시는 고국을
기뿐 마음으로 찾게 될테니까 말이다.
  
오늘 밤에도 또 다시 휘엉청 아름다운 한가위
달이 이곳 북미주에도 떠 오르겠지.  
난 그달을 향해서 고향을 오가며 홍역을 치루고 오신 우리 친구
가족 여러분들께 이제는 집에서 편안한
휴식을 취 할 수 있게 해 달라고 빌어야 겠다.  

PS:요 몇년전에 쓴 수필을 다시 올려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