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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아침의 나라.

2006.11.29 12:26

박영호 조회 수:460 추천:46



조용한 아침의 나라.

그렇다. 일찍이 인도의 시성 타골이 우리나라를 두고 한 말이다. ‘동방에 있는 조용한 아침의 나라’ 이 얼마나 아름다운 표현인가?  사실 그 시절만 해도 우리나라는 별로 세상에 알려져 있지 않았고, 필자가 미주에 처음 이민 왔던 칠십 년대 말에만 해도 교육 수준이 낮은 외국인들은 한국이 어디에 있는지 조차도 몰라, 코리아가 어디에 있는 나라냐고 묻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사정이 좀 다르다. 그 동안  조국은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해서  이제 아프리카 오지는 물론 이 지상 어느 곳에서도  코리아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결국 조용한 아침의 나라가 이제는 마치 한낮의 번성한 도시의 나라로 발돋움 했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의 과정 속에서 여러 가지 문제점이 파생되고 있는데, 그 중의 하나가 바로 ‘너무 시끄러운 나라’라는 점이다. 뭐가 그렇게 시끄러운지 이제는 그 도가 너무 지나쳐서 차라리 소음에 가까운 소리에 골치가 아플 정도다. 물론 지상의 유일한 분단 국가라는 점과 함께 북핵 문제 등으로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어 있고, 역사적으로도 오랜 세월 동안 외적의 침입에 부딪쳐 온 투쟁 의식과, 열강에 의한 압제와 분단 등의 고단한 역사 탓도 있겠지만, 이런 대외적인 문제 보다는 우선 국내 문제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이 시끄럽다는 것이다.
해가 바뀌고 바뀌어도 끊임없이 나타나는 문제들, 무슨 무슨 개이트다. 반핵이다. 반미다. 대선자금 이다. 측근 비리다. 탄핵이다. 단 하루도 쉴 날이 없다. 물론 민주화나 현대화의 어쩔 수 없는 과정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끝이 없다. 그것도 고국은 어쩔 수 없다손 치더라도 이곳은 어떤가? 이곳도 마찬가지다. 물론 우리도 한국 국민이고 고국을 사랑하고 그래서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지만, 그리고 반핵이니 인권이니 반전 평화 등의 문제는 어쩌면 우리가 먼저  앞장 서야 할 문제들도 있지만, 그래도 고국만의 문제까지도 이곳 거리에 들고 나가 시위를 한다는 것은 좀 생각해 볼 문제가 아닌가? 탄핵이 옳고 그르다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여러 인종이 모여 사는 이곳에서 우리의 자랑스럽지 못한 국내 문제를 들고나와 시시콜콜 떠들어대는 것은 옳지가 않다는 것이다.
야당에도 문제가 있고 대통령에게도 문제가 있지만, 우선 대통령이란 일국의 지도자로서 능력에 앞서 덕을 갖춘 사람이라야 하지 않는가? 이제는 혁명이나 선동이나 언변에 국민이 휩쓸리는 시대가 아니다. 정치인들이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 국민들마저 사사건건 뇌화부동 하는 국민으로 보여서 되겠는가? 촛불 시위도 그렇다. 매사에 촛불 시위라니 지난 월드컵 축구 때의 그 국민적 열광의 가치가 희석되지 않겠는가? 애국적인 국민 정서라고도 하지만 국민 정서가 다 옳은 것은 아니다. 우리 국민은 나 스스로 시작해서 민족적으로 고쳐야 할 점들도 있다. 정치인들만 비판할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우선 문화 국민이 되도록 노력해 가야 할 것이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문화국가가 될 수 있지 않겠는가.
한번쯤은 지나칠 수도 있어야 하고, 조금은 봐줄 수도 있는 그런 여유가 있어야 하고, 어지간한 일에는 별 동요가 없는 대국 국민의 모습을 배워야 가야 할 것이다.
해 떠오르는 조용한 아침의 나라, 조국의 참 모습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