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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속에서

2004.03.30 19:29

박영호 조회 수:432 추천:16

바람 속에서

남의 동네밖 어귀에서
불빛 기웃거리며
온기 찾아 떠도는
그렇게 뿌리없이 사는 바람아

지금은 어디에서 머리풀고 쉬고 있느냐
가슴도 없이 얼굴도 없이
허공에도 뿌리 박지 못하고
그렇게 외롭게만 떠도는 바람아

그래도 봄이면 너는
대지를 어루만져 푸른 싹도 틔우고
더러는 밤이면
광풍으로 휘몰아쳐 와서
온 동산 숲 흔들고
가지가 찢어져 나가는 아픔 속에
비로소 절정을 맞보는 그런
내 짐승 같은 바람아

밤새 떨어져 죽은 새들의 시신 위에
밝은 새 아침이 온다
나도 떨어져 나간 내 가지 위에
다시 푸른 머리 말아 올리고
어디론가 새롭게 새롭게 나서고 싶구나
내 연인같은 바람아

'시와 시학' (2004/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