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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바다 앞에서

2004.04.24 17:58

박영호 조회 수:319 추천:15

    밤바다 앞에서


    바다를 닮아서
    그렇게 아득하게만 살아왔던가

    바다는 어머니 가슴 같아서
    사내들이 길을 떠나게 하지만
    바람에 떠도는 뱃길
    아득한 수평선에 지치고나면
    이내 떠나온 포구가 다시 그리워
    밤바다 앞에 기항하듯 다시 서본다

    호기 한번 못부린 허망의
    허망의 세월이어도
    온몸 흔들어 나를 반기는 바다야
    휘젖는 네 손끝에서 부서지는
    달빛 별빛같은 푸르게 흰 빛깔들
    모두 한데 모아 달덩이 만들고
    북이라도 치면서
    밤바다 위를 둥둥 떠 가면
    인어로 된 옛 여인이라도 만날 수 있을까

    아직도 어두운 산길을 가는
    이 땅에 힘든 영혼들아
    밤바다 앞에 모두 나와서
    청솔에 횃불이라도 지펴들고
    이 밤을 함께 마져가자

    그러면 너는 볼 것이다
    저 외로운 밤하늘에
    새벽 동이 붉게 터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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