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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내 나는 나무 / 박 영 호

2005.01.14 13:10

신균준 조회 수:150 추천:7












향내 나는 나무 / 박 영 호




푸른 향내가 나는 숲속에 가면


옷 걸친 내가 부끄럽다


나무는 내 알몸도 보고


내 영혼도 보고


가슴 속 슬픈 흉터도 보지만


그 보다 더 부끄러운 것은


내게서 나는 냄새일 것이다




평생 붙들고 살아온 욕망이


이젠 늙어서 냄새가 나는지


나무 앞에 서면


내 영혼에서 냄새가 난다




뼛속까지 스민 욕망의 냄새


이를 떨쳐내기 위해


나는 비가 억수로 쏟아지는 밤


숲속 찾아가서


비 맞고 서있는 나무들 곁에


나도 서서


주룩 주룩 흘러내리는 빗물로


내 몸을 씻어 내리고 싶다




비가 개이고 푸른 아침이 오면


나는 욕망이 빠져나간


청청한 가슴으로



해 떠오르는 흰 들녁을


다시 찾아 나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