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떠오르는 해도 서쪽으로 지고
산 넘어 지는 달도 서산으로 기울고
동녘에서 시작되는 새 울음 소리도
서쪽으로만 잦아든다
바람이 가살스럽게 부는 밤
잠 못 이루던 세월이 다시 살아난다
서러워진 몸둥이를 뒤척이다가
고향 있는 서쪽으로 머리 두르면
푸른 봉창을 향해 잠이 들던
유년의 꿈길 보여
나는 비로소 편히 잠이 든다
몸이야 어디 있든
서쪽에서 떠나온 내 영혼
꿈속에서도 몽유병자로 몸을 나와
고국 있는 서쪽으로만 찾아간다
언젠가
내 몸이 내 영혼 놓아 주면
아마 나는 맷새가 되어서라도
떠나온 둥지 찾아 서쪽으로 날아갈 것이다
* 월간 '문예사조' (200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