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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 정사

2005.10.07 13:08

최재환 조회 수:115 추천:9


                      숲 속의 정사

                          
                        시  박영호
                         
         숲 속에 가면
         나는 내 여인을 만난다
         내 나이와 비슷한 나무 앞에서
         그 동안 모아 놓은
         내 그리움을 풀어놓고
         두 팔로 나무를 껴안아 본다

         가슴 저려오는
         그리움의 긴 강물이
         내게서 나무로
         나무에서 내게로 흘러 내린다

         아, 나무는
         내 사랑 하던 여인 이던가
         목을 넘어가는 우유빛 같은
         유년의 몽글 몽글한 감촉이
         온 몸에 흘러내려
         바람 같은 외로움이 빠져 나간다
                         
         비로소
         나는 팔을 풀어 나무를 놓아주고
         포근하게 비워진 가슴으로
         밀회의 숲을 빠져 나온다
       
         아, 이젠 이 나이에 나무와 정사까지 하는구나


                         박영호  서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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