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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용산

2006.03.24 03:18

솔로 조회 수:87 추천:6

며칠전 제 초등학교 동창 사이트에서 국민학교 6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입원해 계신다는 소식과 전화번호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전화를 드렸더니 선생님은 거의 말씀도 잘 못하시고 기억력도 희미해지셨더군요. 오직 사모님과 통화하면서, 선생님의 젊은 시절을 떠올리며 슬픔을 느꼈던 생각이 납니다.
아마 형님께서도 저와 같은 심정이시리라 믿습니다.

수년전에 글마루에 김성우 칼럼을 오려서 보여주실 정도로 고원 선생님께서 관심을 보이시길래 당시 그 칼럼에 언급된 김효자 이모님께 연락을 해보았습니다. 부용산 노래의 가사와 악본는 항도여중 시절의 악보집을 김효자 님이 보관하고 계셔서 원본 카피본을 받아볼 수도 있었고 글마루에 소개한 적도 있습니다. 황지니 선생님이 곡을 기억하셔서 불러보시기까지 했었죠.

형님께서 '부용산'에 남다른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계셔서 제가 아는 몇 가지를 추가해보겠습니다.

박기동 선생님의 증언에 따라, 그리고 실제로 부용산이라는 산이 벌교 쪽에 존재한다는 것으로 박기동 선생님의 누이가 세상을 떠 그를 슬퍼하며 쓴 시라는 것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김효자님의 기억에 의하면, 시는 그렇게 씌여졌더라도, 곡을 붙힌 계기는 당시 항도여중 선생님이었던 안성현 선생님의 애제자의 죽음이었다고 합니다. 당시 죽은 어린 학생의 친구들이었던 목포의 여학생들에게 급속도로 전파되고 불려지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당시 박기동 선생님도 항도여중 선생님? ) 그래서 아마 당시의 가장 친한 세 친구중 하나를 잃었던 김효자님은 당연히 그 여학생을 위해 씌여진 거라고 착각한 것 같습니다. 아마 당시엔 진실여부를 떠나 목포에 그렇게 알려져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굳이 노래가 어떻게 해서 만들어지게 되었나 하는 사연을 찾아본다면, 모든 노래는 가사와 곡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가사쪽을 보고 박기동님의 누이 때문이란 말도 맞는 말이지만, 곡쪽을 보며 안성현님 애제자 때문이란 말도 맞는 말 같습니다.

몇년전 제가 UCLA 김동석 교수와 둘이서 평양을 다녀온 적이 있었습니다. 한국의 송상욱 시인이 인사동에서 7,8명의 시인과 제 송별회를 해주면서 평양에 가면 안성현선생님의 소식좀 알아봐 달라며 개인으로 발간하는 시잡지를 제손에 쥐어주더군요. 이 분이 부용산을 무척 좋아하셔서 기타치고 노래도 부르고 그 시지의 뒷쪽에 부용산 노래에 대한 사연도 잔뜩 올려놓으셨더군요. 부용산을 녹음한 태이프도 제게 주실 정도였습니다.

마침 평양음악무용대학 교수님들과 만날 기회가 있어서 안성현 선생님의 소식을 물었더니 동명이인지는 모르겠으나 삼대에 걸친 음악가 이시고, "몇년전에 팔갑상(주; 팔순잔치)을 장군님으로부터 받으셨다"는 얘기를 하더군요. 부친은 안기옥으로 가야금 대가, 따님이 현재 평양음악무용대학 안하월 교수라고 했습니다. 자세히는 알아볼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바로 안성현 선생님이 그분이신지 아닌지는 안성현 연구가들에게는 금방 알 수 있는 사실이겠죠.

아무튼 박선생님에게나 안선생님에게나 부용산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자주 불려지고 연주되게 돼서 늦게나마 다행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늦게 조명을 받게되는 현실이 바로 우리 민족의 분단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걸 생각해볼 때, 가슴 무거운 비극을 극명하게 보여주어서 가슴 아플 따름입니다.

전 엘에이를 한달 이상 떠나 있다 돌아올 것 같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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