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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부용산

2006.03.24 16:50

박영호 조회 수:73 추천:7

 
부 용 산
<
노래 / 안치환 작사 / 박기동 사연 / 박영호
 
부용산 오리길에



잔디만 푸르러 푸르러



솔밭 사이사이로



회오리 바람 타고



간다는 말 한 마디 없이

너는 가고 말았구나





피어나지 못한 채





병든 장미는 시들어지고

부용산 봉우리에



하늘만 푸르러 푸르러....



- 2 절 ㅡ



그리움 강이 되어 내 가슴 맴돌아 흐르고 재를 넘는 석양은 저만치 홀로 섰네 백합일시 그 향기롭던 너의 꿈은 간 데 없고 돌아서지 못한 채 나 외로이 예 서 있으니 부용산 저 멀리엔 하늘만 푸르러 푸르러



ㅡ 작사자 박기동 선생님의 자서전에서 ㅡ 부르는 노래 가사는 여러 곳이 틀림니다. 이 노래는 어쩌면 김동찬씨가 나보다 더 잘 아리라고 믿지만, 참고가 될런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여기에 소개하니 한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사실 이 노래가 수년 전 고국에서 메스컴에 올랐었던 노래이고, 동찬씨 이모님이신 김효자 교수님도 관계된 사연이 있다는 사실을 저는 얼머전에야 알았습니다. 실은 이 노래가 제 고등학교(사범)시절 제 국어 스승님이셨던 박선생님이 작시하신 노래이어서 저도 이 노래를 즐겨 불렀고. 학교를 졸업한 뒤에도 가끔 남들 앞에서도 곧잘 불렀던 노래입니다. 그래서 가까이는 수년 전 김영교 시인님을 비롯한 여러 시인들과 함께 김병현 시인을 만나러 베이커스필드로 가던 찻속에서, 이 노래는 제 스승이 작시한 남도의 슬픈 노래라고 소개하고, 제가 불러드린 적도 적도 있습니다. 이 노래를 부르고 있노라면 선생님의 단아하신 모습이 눈에 보이고, 노래 소리가 들려오던 여학생 교실쪽 아카시아 숲이 떠오르곤 했습니다. 그러던 것이 이삼 년 전 서울대 김윤식 교수 평론집에서 우연히, 이 노래가 감옥 안의 사상범이나 빨치산, 그리고 운동권 학생들 사이에서 몰래 유행한 노래였다는 정황만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이삼년 전에 고국 친구에게 확실한 사연과 함께 2절 가사를 좀 알아달라고 부탁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얼마전 우연한 기회에 지금 나오고 있는 노래를 들었는데, 가사도 많이 틀리고, 곡조도 조금 틀리는 것 같아서 다시 고국 동창들에게 바른 가사와 이절 가사를 수소문 하던 중에, 선생님을 직접 만나보고 자서전까지 받았다는 여자 동창분으로 부터 바른 가사와 이절 노래 가사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이삼일 전에 다시 보내준 선생님의 자서전을 받아서 직접 읽었습니다. 그리고 비극적인 민족의 슬픈 역사의 한 장 속에서 선생님이 부당하게 겪어야했던 고통과 슬픔과 함께 시대적인 비극의 그늘 속에 불운했던 한 개인의 삶의 모습을 보고 저는 이내 목이 메었습니다. 팔십 년대에 납북 작가에 대한 전면 해금이 실시되자, 이 노래의 작곡자는 월북한 안성현씨로 (북한 작곡가연맹회장) 밝혀졌으나, 작시자인 스승 박기동 선생의 행방은 알길이 없었다고 합니다. 그런 관계로 이 노래에 많은 그릇된 사연들이 떠돌아 다니게 되었고, 그래서 작시 사유에 대한 논란이 많았는데, 그 하나는 일찍 요절한 여동생에 대한 애절함을 적은 글이라는설이었고,(벌교설) 다른 하나는 일찍이 폐결핵으로 죽은 한 애제자 (목포 항도 여중 재학)에 대한 그리움을 적은 글이라는 목포설이었다고 합니다. (항도여중 졸업생, 김효자 교수 증언) 그러던 것이 구십팔년 경에야 한국일보 기자인 김성우 칼럼으로 선생님에 대한 추적이 시작되어, 일찌기 호주로 홀로 이민을 떠난 선생님의 거쳐가 드디어 밝혀졌고, 작시 유래가 동생의 죽음을 노래한 시로 벌교설이 옳은 것으로 밝혀 졌다고 합니다. 그래서 삼년 전에 선생님이 귀국하셔서 자서전도 출판하시고, 부용산(벌교)에 부용정과 선생님의 시비도 세워졌다 합니다 살벌한 정보부 직원들이 습작원고 노트 뭉치를 가져가 버린 뒤, 붓을 꺽고 절필을 했던 선생님, 그래서 단 두 편의 시밖에 기억을 못하시는 노시인, 그래서 두 편의 시로 우리 민족 예술사에 남을 기구하고 특별한 시인이 되어버린 기막힌 사연입니다. 선생님은 부인과 사별을 하자, 홀로 외롭게 멀고 먼 남국땅으로 이민을 가셨다고 합니다. 그런데 선생님께서는호주에서 2004년도에 쓰러지셔서 사흘 후에야 발견되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지금은 요양소에서 요양 중이시라 하는데, 비행기를 타실 수가 없어서 모셔올 수가 없다고 합니다. 이국 땅에서 홀로 투병 중이시라는 말에 저는 목이 매었습니다. 이민을 떠난 이유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끝까지 답변을 거부했던 선셍님, 보호받아야 할 국가로부터 부당하게 고통을 받았던 시인, 영문학을 공부한 낭만만주의 자라고 스스로 밝혔지만, 끝내 공산주의자로 의심을 받아야했던 외로움, 뻐스비가 없어서 출판사까지 걸어 다니셨다는 이야기와, 자신의 번역물에 유명 교수의 이름을 붙여서 출판을 했다는 이야기에 저는 가슴이 칼에 베인듯 아렸습니다. 압구정에 거주하시는 선생님의 아드님이(치과의사) 제 여자동창분 내외에게 적년에 여름 휴가 때 호주에 다녀 오신 뒤에 선생님의 근황을 알려주시겠다고 했다는데, 그 뒤 소식이 끊겨 안타깝다고 하시면서, 생전에 다시는 못 뵈올 것만 같아 눈끝이 아린다고 하였습니다. 저도 그 글을 읽으면서 가슴이 메었습니다. 너무 슬픈 사연입니다. 부디 선생님이 건강을 회복하시어 이 세상에 좀 더 오래오래 머무시기를 간절히 기원해 봅니다.
ㅡ 박영호 드림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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