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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의(艸衣)-최재환

2005.07.29 15:55

단이 조회 수:389 추천:9











      초의(艸衣) 최재환(낭송:단이)

      짙푸른 산등성이 새벽 안개 내리기 전
      한 잔 헌다獻茶로 아침을
      엶은 선禪의 눈이 맑기 때문일까.
      방금 돌아온 바람이 어둠을 등지고 앉아
      속俗의 무게를 목탁木鐸에 싣는다.
      얼마만인가.
      처음부터
      산문山門은 비어 있어서
      미투리, 중의 적삼
      수꾹새 울음 따라 흘러든 홍안이
      어느덧 놀 뒷켠으로 비켜서고
      남루를 걸친 세월이 그리움처럼 번져온다.
      가끔-
      삼배 수건으로 훔치내는 번뇌
      올올이 묻어나는 잊혀진 이름들,
      가슴을 파고드는 온갖 시름도
      어둠을 밝히는 사바裟婆의 길인 것을.

      고프지 않아도 끼니를 헤아리듯
      북을 울려도 풀리지 않을영혼의 허기는
      무엇으로 채울까.
      9척 석장錫杖에 기대어 다산을 오르면
      번뇌는 뜬 구름.
      꽁꽁 묶여 풀리지 않는 근심 속
      멀리 무너지는 탐라 뱃길을 끌어 당긴다.
      뭐가 저리 바쁜가.
      돌아보지도 않고 내닫는 그림자,
      그믐달이 나 몰라라 은하銀河를 건너고
      누더기를 벗어 던진 고향 하늘이
      밀물처럼 밀려와
      살짜기 연닢위에 내려 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