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이야기
시 박 영 호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나는 둥근 달과 함께 산다
달이 내게 들어와 사는지
내가 들어가 사는지 모르게
서로가 품고 함께 산다
차거운 얼음 조각으로
늘 밤하늘에 서럽게 떠있던
내 유년의 초생달이
세상을 한 바퀴 휘돌아 와
만장 같은 깃발들을
한 올씩 허공에 훨훨 날려보내고
이제 텅 빈 달로 돌아와
세월이 훑고 간 내 빈 가슴 속에
둥글게 다시 차오르고 있다
그래도 내 영혼은 다시
싱겁게 빛이 바랜 흰 달을
자꾸 기어 나와서
이제는 이 세상이 아닌 저 하늘
별 밭 속 어딘가에 빛나고 있을
또 하나의 내 영혼을 찾아서
이 밤도 별빛 사이를 떠 흘러만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