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호 서재 DB

목로주점

| 박영호의 창작실 | 목로주점 | 갤러리 | 공지사항 | 문화영상 | 일반영상 | 영상시 | 그림감상실 | 독자마당 | 음악감상실 |

별빛에게 부치는 편지 (6)

2008.06.27 08:15

박영호 조회 수:221 추천:10

    별빛에게 부치는 편지
ㅡ기차는 떠나가고ㅡ

                                                      박영호

      추억 속의 흑백 옛 기차는
      모두 세월 속으로 떠나가 버리고
      이제 그 긴 기적 소리도
      그리고 그 가슴아린 슬픈 사연도
      모두 잊혀져가고
      하나의 여운으로만
      가슴 속에 하얗게 남아 있습니다

      다시 한번
      꼭 그렇게 한번만 더
      그렇게 기다리는 자정의 기차역에서
      다시 만나고 싶지만..

      그 옛 기차는 다시는 오지 않고
      이제 그 사람은 이 세상에 없습니다.

      그래도 나는 아직도 날마다
      꿈속에서 자정의 기차역으로 나갑니다
      그리고 다시 기다립니다
      다시는 헤어지지 않을
      영원한 영혼의 동반자인
      아름다운 한 영혼을

      그래서
      어둠 속을 숨가쁘게 달려온 막차가
      잠시 숨을 고르며 물을 들이키는
      모두가 깊이깊이 잠든
      적막한 자정의 시골 간이역에서

      사뿐히 내려선 그 사람과
      스물거리는 연기처럼 말없이 만나
      손을 마주잡고 기차에 오르고
      차창 곁에 앉아서
      귀에 입을 대고 소곤거리며
      저 영원한 영혼의 세계인
      별빛이 빛나는 밤하늘을 향해
      멀리멀리 떠나갈 것입니다

      내년에나 귀국을 하고
      자정의 역에서 기차를 타고
      차창 곁에 앉으면
      이제는 떠오르는 그 얼굴이
      기억 속의 옛 여인은 아니겠지요
      그녀는 나를 슬프게 했던 사람
      추억 속의 사람이었을 뿐
      내 영혼의 동반자는 아니었으니까...

      나는 오늘도 꿈속에서
      자정의 정거장에 나가 기다립니다
      내 영혼 속의 기차와
      나와 함께 떠날
      내가 영혼속에 사랑하는 그 사람을...

      그러나 내 영혼 속의 기차는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내가 이 세상을 하직하는 날
      나는 비로소 내 기차역에서
      내 사랑하는 영혼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영원히 영원히
      다시는 헤어지지 않을 그의 영혼과
      저 우주 별빛 사이를 향해
      긴 기적을 울리면서 울리면서
      이 땅을 떠나갈 것입니다.
      영원히 떠나갈 것입니다


첨부이미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