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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불타는 나무

2007.12.02 18:56

박영호 조회 수:144 추천:12










        안녕하십니까

        휴가차 귀가를 하셨군요.

        수목들은 어쩌면 그들의 꽃을 온 몸으로 피를 토하듯

        가을에 붉게 피우는 것 같습니다.

        제 단풍의 아름다움에 대한 첫 감동은

        중3 때의 수학여행을 갔던 산사(대흥사)에서였던 것 같습니다.

        떠오르던 아침 햇살을 받아 형형색색으로 빛나던 그 산계곡의

        단풍들이 빚어내는 장관에 넋을 잃었고,

        그 때의 정경이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아있고 그 어디에서도
        그런 감동은 다시 받지 못했습니다.

        최선생님께서도 더러는 이렇게 좀 고집스럽런(?)기억이

        남아있으시리라 믿습니다.



        따님이 그림을 그린다고 했는데 무척 부럽습니다.

        사실 저도 중2 때부터 고 1까지 그림을 그린답시고 방과후면

        화판을 지니고 교외를 찾아 다녔습니다.

        그 때 남도 야수파라 불리던 양수아씨에게 지도를 받았는데,

        좌익이라 하여 빛을 보지 못하고 가난에 찌들어 술로 자학

        속에 살다 폐렴으로 요절을 했지요.

        석고 데상, 스켓취, 피스텔 수체화까지 기초는 공부했지만,

        유화 등은 그려 본적이 없습니다.

        어쩌면 뭐가 좀 잘못 됐는지도 모르지요.

        혹 제가 그림을 공부했다면, 제가 일류화가가 됐을런지도 모르니 말입니다.(^笑^)

        (농담입니다) 제가 제 재주를 잘 알지요.

        재주가 조금 있는거 하고 확실히 있는 것 하고는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아무튼 미술시간에 애들 그려주느라고(빵 얻어 먹느라고 ^ㅎㅎ^^)

        제것은 내지를 못해 미술을 양(D)을 받기도 했지요.(^ㅎㅎ^)



        얼마전 항상 함께 가까이 친구처럼 붙어지내는 배정웅 시인이

        (동갑이지만, 선배문인이고 진짜시인) 자신의 시집에 자신의 스켓취를

        그려달라고 해서 몇십 년만에 스켓취를 그리느라고 아주 혼이 났습니다.

        제가 혹 지금 그림을 그릴 수 있다면 저는 저 단풍빛깔과 같은 붉은 정염의

        생명력을 느끼게 하는 여인의 나신을 그리고 싶습니다.

        붉은 별빛 같은 뜨거운 힘을 불러일으키는 황홀한 꿈과 생동감을 느끼게 하는

        신비한 아름다움을 말입니다. 그래서 저 피카소와 고갱처럼 사라져가는

        계절의 끝 노을같은 이 나이에 원주민 마을을 찾아가,불타는 저 단풍닢 같은

        원색적이고 토색적인 붉은 정염과 그 생명력을 느끼고 싶습니다.

        그러나 제 차고 뒤에 있는 조그만 방에 삼각대와 화구를 사다 놓은지가

        오년도 더 지났습니다만 손끝 하나 까딱해보지 않았습니다.(笑)

        그저 허영에 찬 망상일 뿐입니다.

        이런 이야기가 최선생님에게는 좀 이상하거나 하잘것없는 이야기로

        들릴런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역시 이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인간의 아름다운 생명력과 이를 사랑하는 아름다운 마음과,우리의 육신입니다.

        이것이 신이 우리 인간에게 주신 축복 중에서 가장 큰 축복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님의 나무들을 보고 싶습니다만...

        껍질이 유별나게 매끄럽고 하얀 백양 나무의 허연 겨울 나목에서

        저는 중세의 풍만한 여인의 나신을 상상해 보곤 합니다.

        현대인들은 남녀 구별없이 날씬한 몸매들을 좋아들 하는데,

        저는 별나게 중세회화 속의 미인들처럼 풍만한 여인을 미인으로 칩니다.(^ㅎㅎ^*)



        가을이 엊그제는 가을비를 내리더니 이제는 아주 길을

        따나려는지 오늘은 날씨가 제법 싸늘해졌습니다.

        이제 가을도 다 가고 이 해도 서서히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부디 가족분들과 함께 평화로운 안식 속에 휴가 잘 지내시고

        늘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그럼….


        박영호 드림















*************************
>박선생님, 안녕하세요?
>지난 댕스기빙에 맞추어서 한달 휴가로 집에 왔어요.
>막 단풍이 끝나가고 있더군요, 빨갛게 불타는 메이플 트리만 빼고요.
>얼마나 감사하던지요.... 전혀 기대 안하고 있다가 저희 어거스틴
>애비뉴 골목에 남아있는 빨간색 나무 몇그루를 보고 전 얼마든지
>상상이 갔어요. 축제였겠지요...
>특별히 나무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하시는 박선생님에게는 나뭇잎을
>다 떨구어 버린 나무들의 의미가 남다르실 것 같아요.
>그림을 그리는 제 딸애는 나무를 고집스럽게 그립니다.
>더우기 앙상한 가지만 남았을 때가 가장 나무 답다네요.
>그 녀석들이 파란 하늘을 받치고 서있는 모습은 아름다움의
>정점이라네요.  
>그 아이의 캔버스에서 태어난 나무들은 거칠고 우울하고 담대하고,
>그러면서 제각기 손을 하늘로 뻗치고 있어요.  
>저는 거기에 각기 다른 물감을 뿌려 주고 싶지만....
>아무도 바꿀 수는 없지요.
>자기 캔버스에서 살고 있는 나무들은 제각기 자기 색을 갖고 있는
>거겠지요?  
>박선생님의 나무 한그루는 아직도 높은 산 위에 고적하게 혼자 서있는가요..
>고국의 산하를 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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