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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오늘 같은 날이면

2007.05.24 19:06

박영호 조회 수:173 추천:9

최선생님, 이것 저것 속상하신 일들로 해서 그냥 울고 싶다는 그 속에서도 빵 삶으러 가시는 최선생님의 안쓰러운 뒷모습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이스트로 부풀린 누런 빛깔(이스트를 잘못 쳐서)의 옛 빵 이야기들이 생각납니다만, 그 이야기는 다음에 하지요. 그래도 최선생님이 느끼는 일상적인 생활에서 오는 짜증 같은 것이나, 그냥 울고 싶어지는 심정이야 그래도 참을 수 있겠지만, 사람들에겐 그보다 더 한 가슴과 뼈가 아리는 듯한 고통이 제각기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보신 적이 있는지요? 저는 제가 살아아오면서 가장 고통스러웠던 것은 참을 수 없는 외로움이던 것 같습니다. 흙바람이 뿌옇게 이는 우울한 날, 가슴 깊이 느껴지던 생의 허망함과 외로움에 안절부절 하다 못해 한낮인데도 이불을 뒤집어 쓰고 잠을 자곤 했던, 먼 젊은 날의 기억이 되살아납니다. 요 근래는 너무 바쁘게 살아서인지 그런 감정은 좀 덜 하지만 수년 전까지도 저는 그런 외로움과 자신에 대한 회한과 자학으로 그런 아픔에 가끔 잠기곤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술이라도 마구 마셔버리면 좋으련만, 저는 술은 잘 마시지 않는 편이고, 책을 보거나 아니면, 그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으면, 기억을 더듬어 가면서 옛 시조나 고려가요를 소리 내어 읊조리곤 했지요. 그 중에서고 제가 가장 즐겨 읊조리는 것은 바로 고려 청산별곡입니다. 우러러 우러라 새여/ 자고니러 우러라 새여/ 널라와 시름한 나도 /자고니러 우니노라/ 얄리얄리 얄라성 얄라리얄리 어다다 더다던 돌코/ 뉘리라 마티던 돌코/ 뫼리도 괴리도 없이/혼자서 마자서 우니노라/ 얄리얄리 얄라성 얄라리 얄리 이리공 저리공 하야 /낮으란 지내왔손져 /올이도 갈이도 없슨 /이밤은 또 어띠 호리라/ 얄리얄리 얄라성 얄라리 얄리 어디에다,누굴 맞추려는지 그 돌에 엉뚱하게 맞아서 운다는, 그리고 낮은 그럭저럭 지내왔지만, 찰아갈 사람도 찾아올 사람도 없는, 이밤은 또 어찌할 것인가,라는 작자의 불운한 운명과 외로움이 절절한 귀절을 팔절까지 더듬어 읊조리면서 거실을 왔다가 하면 어느새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곤 합니다. 다음 방법은 믿지 않으셔도 관계 없지만, 칠팔 년 전까지는 수년 동안 저는 전혀 엉뚱하게 갬불장(이곳에 카드만 하는 카지노가 있습니다.)을 찾아가 떠들다가 돌아오곤 했습니다.(역시 믿지 않으시겠지만, 프로는 못되지만, 켈리포니아 아마추어 수준급 정도는 되어 많은 사람들이 저를 기억합니다.)그래서 요사이도 가끔 그들 친구들에게서 " 보고 싶다. 너희 칸추리에 돌아간 것이냐? 유 아 오케? 유 슈어?"하고 묻는 전화가 오곤 합니다. 그러나 요사이는 그 어떤 예술적 재능도 학술적 깊이도 것도 없는 제가 감희 그 잘난 평론을 쓴답시고 저녁이면 책상 앞에 앉아 있으니, 그 한가한 가슴알이를 할 겨를이 없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우리의 생활이 마냥 즐겁기만 하거나, 어떤 고통이나 아픔 없이 이룩된 보람이 있다면 그것은 별 의미가 없으리라고 믿습니다. 그래서 저는 천국(모든 것이 다 좋으면 좋다는 개념이 없을 것이라는 )에 대한 확신이 업습니다만….(笑) 최선생님에게는 최상의 무기가 있지 않습니까? 기도! 하느님에게 기도 말입니다. 아마 최선생님이 이 글을 읽을 실 때쯤이면 이미 답답하신 마음이 환히 밝아지셨으리라 믿습니다. 부질없는 걱정이겠지만, 다음에도 오늘처럼 우울하시거나 짜증이 나시면 제게 들리십시오. 제가 도움이 되도록 무슨 이야기든 해 드리겠습니다. 오늘은 종일 집 뒷뜰에서 일을 했습니다.저의 교회에서 금주 사흘동안 미주 감리교회 총회를 하는데,주말에 외부에서 오신분들 몇분과 함께 제 집 뒷뜰에서 속회를 보게 됩니다.그래서 종일 나무 잎들을 치고 청소를 하고, 지쳐서 저녁에 한 숨 자고 일어나 이 글을 씁니다. 그럼 이 밤도 최선생님 마음 평안 하시고, 부디 단꿈 속에서 평화롭게 쿨쿨 하시기를 빕니다.그럼 안녕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