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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칠불사

2006.09.24 19:21

박영호 조회 수:112 추천:4

 


지리산 칠불사와 의신계곡....


새벽부터 억수같이 비가 내렸다.

170밀리가 넘게 내렸다는 광양지역의 장대비가...

이제 그만 가라는 가랑비로 변한 것은 ..
오후 세시쯤이었다. ..

광양을 출발, 서울로 올라가기 위해 ...
하동방향 2번 국도를 달리다가..

수어댐 끝 자락에서 ...
말로만 듣던 백학동 어치계곡으로 들어가....
차창 밖으로 주마간산(走馬看山)을 한 후




매화마을 다리를 건너 남원쪽으로 좌회전을 했다.

하동에서 구례로 연결되는 이 길은...
언제 달려보아도 기분 좋은 살가운 길이다..

" 산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길레 ..
  해마다 봄바람이 남에서 오나..?"

해마다 남쪽에서 불어온다는 봄바람은...

바로 이 곳 매화마을과 산수유마을에서부터 ..
불어오지 않던가~!


[최참판댁 입구 물레방아]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는..
부드러운 모래강변을 가진 섬진강을 따라....

그 화려했던 꽃잎을 다 떨구어 버리고...
이제는 신록의 푸른 터널로 변해 버린...

벚꽃나무 가로수 길을 꿰뚫고 달리니
기분이 너무나도 상쾌했다...


[최참판댁 입구 초가집]


평사리를 지날 무렵...
이미 한번 가봤던 곳이긴 했지만...
그냥 지나칠 수가 없는 마음이 최참판댁을 또 기어들어가고 있었다.

비는 이슬비로 변해 안개처럼 내리고 있었다.

"박경리"선생의 대하소설 "토지"의 무대였던 곳...

지리산 형제봉 아래...
넓게 펼쳐진 평사리 들녘을 거만하게 내려다 보고 있는
최참판 댁은 ..


[최참판댁 정원]


"토지" 촬영을 위해 만들어 놓은 세트장 마을과 함께..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연초록 빛 담쟁이넝쿨 새순이 ...
돌담 위를 스물스물 기어가고 있는 최참판댁을 빠져 나올 무렵..
비는 완전히 그쳐 있었다.

조금 허기를 느끼며 얼마를 달렸을까?


[섬진강 남도대교]


멀리 운무에 휩싸인 지리산 줄기 아래로.....

붉고 푸른 색으로 눈 화장을 한...
섬진강 남도대교가 눈에 들어오는가 싶더니...

화개장터가 숨가쁘게 달려와 품에 안겼다.


[화개장터 조형물]


조영남의 노래 ♪화개장터♬를 흥얼거리며....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찐빵 한 봉지를 사든 시간은..

오후 다섯시가 넘어 있었다.

머나 먼 서울까지 가려면 ...
아직도 300킬로가 넘는 먼 길을 달려가야 했지만...


[비온 뒤의 계곡물]


큰 비가 내린 직후의 지리산 계곡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남겨두고 갈 수는 없었다.

서울이야 새벽에 들어가면 어떠랴~!

그래서 어두워서 더 이상 볼 수 없을 때까지....
이 지역 계곡을 골골마다 누벼보기로 했다.


[화개동천 1]


먼저 칠불사를 둘러보고...
지리산 벽소령과 세석산장과 연결되는
의신계곡까지 훑어본 후 ...

늦게라도 쉬엄쉬엄~ 서울로 올라가기로 했다.

화개장터에서 쌍계사 벚꽃길로 우회전....
칠불사로 향하는 화개동천길로 접어들었다.


[쌍계사 십리벚꽃 길.... 푸른 잎만...]


터널을 이룬 벚꽃길에는 얼마전까지도 와글거리던....
스러져 간 꽃잎들의 도란거림이 ...
아직도 들려오는 듯 했다.

쌍계사 입구를 지날 무렵....

아~ 한 폭의 아름다운 수묵화가....
형용할 수 없는 신비로움으로 차창밖에 펼쳐져 오기 시작했다.


[운무에 싸인 지리산 자락.... 1]


어찌 이런 환상적인 풍경을 놔 두고 ...
그냥 지나칠 수 있으랴~!

어느 야생 차 밭이 있는 길섶에 차를 멈추고 ...
자연이 그려 논 수묵화 앞에 우뚝 마주섰다.


[운무에 싸인 지리산 자락.... 2]


산 봉우리에는 ....
조금 전까지도 비를 뿌리던 구름조각들이....

하얀 수염을 쓰다듬으며 ..
봉우리마다에 몸을 비스듬이 걸친채 누워 있었고..

구름 붓으로 절묘하게 그려낸 ...
산과 계곡이 어우러진 수묵화로부터...
향긋한 묵향이 솔솔~ 풍겨 나오고 있었다


[운무에 싸인 지리산 자락.... 3]


그 모습이...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가 ..
고운 치마폭을 산에 드리운 모습같기도 하고....

청학동 도인들이 떼거리로 모여...
웅성거리며 집회를 하는 모습같기도 했다.

거센 물줄기로 변한 계곡 물은 ...
으르렁~으르렁~ 호랑이처럼 포효하며 ..
화개동천을 급류가되어 흐르고 있었다.


[운무에 싸인 지리산 자락.... 4]


아~ 무릉도원 청학동이 따로 있으랴~!
지금 이 순간, 이 곳이 바로 ...
무릉도원이고 청학동이 아니련가~!

칠불사까지 13킬로에 달하는 산길, 계곡 길은....
골골마다 신선이 노니는 선경을 이루고 있었다.


[칠불사 계곡 1]


오가는 차도 없는 한적한 산 길, 계곡마다....
천둥 치는 소리를 내며..

연초록빛 차잎을 매단 야생 차나무들이... ...
산 자락마다 옹기종기 군락을 이루어...
향긋한 차향을 풍기고 있었다.


[야생 차 밭]


칠불사(七佛寺) 가는 길은 ...
지리산 토끼봉 아래 해발 830m에 있는 사찰답게...
경사가 가파른 오르막 길을 이루고 있었다.

칠불사 일주문 앞 주차장에 차를세우고....
대웅전까지는 약 2~3백미터 산길을 더 올라야 했다.

인적이 없는 호젓한 산길에 떠도는 심산유곡의 공기는 ...
두려움이 들 정도로 맑고 청정했다.


[칠불사 가는 길 ]


가락국 김수로왕의 일곱 왕자가....

이곳에 암자를 짓고 수행하다가 ..
성불했다는 전설이 스며있는 곳~!

보광전, 약사전, 칠불상각 등,
칠불사에 있는 10여 동의 건물 중에....

한문 아(亞)자 모양으로 만들어진 아자방(亞字房)이...
세계건축대사전에 기록되어 있을 만큼 유명하단다.
[칠불사]


칠불사에서 내려다보이는 이름 모를 봉우리에는..
하얀 구름이 걸려있었다.

하얀 베일같은 구름 조각들이 노니는 것을 보니...

임진왜란 때의 의병장이었다는...


[칠불사 소나무]


사재백운중(寺在白雲中) 인데
백운승불소(白雲僧不掃) 라
객래문시개(客來門始開) 런데
만학송화로(萬壑松花老) 라

조그만 절이 흰 구름 속에 있는데
스님은 흰 구름을 쓸지 않네
나그네가 찾아와 비로소 문이 열리는데
온 골짜기에 노란 송화가루 흩날리네....


[칠불사 계곡 2]


서둘러 칠불사를 내려올 무렵.....
시간은 벌써 6시 반을 넘어 있었다.

어둠이 내리기 전, 한 곳이라도 더 ......
비가 내린 직후의 지리산 계곡의 아름다움을 누벼보기 위해..

칠불사를 내려와
마지막 코스인 의신마을을 찾아 들었다.


[칠불사 계곡 3]


의신마을을 가는 산길 구비구비 역시....
온통 아름다운 무릉도원으로 변해 있었다.

기암괴석과 울창한 원시림 사이를 흐르는
맑은 물 소리~!

보금자리에 모여 잠자리를 준비하는 새소리~!


[의신계곡 가는 길 1]


첩첩산중에서 들려오는 모든 소리들이...
정겨움으로 가슴 속을 시원하게 씻어주었다.

계곡은 용처럼 휘돌아 흐르기도 했고...
작은 폭포가 되어 용트림을 하기도 했다.
[의신계곡 가는 길 2]


단천계곡 입구를 지나 의신마을에 도착을 하니...
길은 더 이상 갈수가 없었다.

남한 빨치산의 남부군 총사령관의 아지트와
최후 격전지 루트가 시작된다는 ...

마을 끝 등산로를 오르면...
세석평전과 빗점골로 오를 수가 있다는데....
다음으로 미룰 수밖에 없다.


[의신계곡 가는 길 3]


지리산 역사관이 있는 곳에서 올려다 본
지리산 줄기 역시...

하얀 운무를 베일처럼 뒤집어 쓰고....
산신령과 놀고 있었다..


[지리산 운무와 까치집]


덩달아 신비롭게 보이는 까치집 두 개가 ...
무릉도원의 솟대가 되어...
하늘소리를 지리산 심산유곡에 전하고 있었다.

비가 내린 직후의 지리산 계곡은....
한마디로 무릉도원이었다.


[의신계곡 ]


어둑어둑 땅거미가 내리면서.....
계곡의 아름다움은 어둠 속으로 스러져 갔지만...

마음 속에 스며 들어온 아름다움은....
감탄의 선경(仙景)이 되어 가슴 속에 각인되어 졌다.


[어둠이 내리는 마을 풍경]


때로는 비우러 떠나고...
때로는 채우러 떠나는 것이 여행이라고 하는데.....

이번 여행은 비워 버린 것보다...
채워온 것이 너무나도 많은 것 같다.

그래서 여행에서 돌아온 나는...
항상 이렇게 행복해 하는 것 같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