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조운.....

2004.07.29 17:10

미문이 조회 수:168 추천:6

조운(1900- 1948 ?)






사람이 몇 생이나 닦아야 물이 되며 몇 겁이나 전화(轉


化)해야 금강에 물이 되나! 금강의 물이 되나!




샘도 강도 바다도 말고 옥류 수렴(水簾) 진주담(眞珠


潭) 만폭동(萬瀑洞) 다 고만 두고 구름비 눈과 서리


비로봉 새벽안개 풀끝에 이슬 되어 구슬구슬 맺혔다가


연주팔담(連珠八潭) 함께 흘러




구룡연(九龍淵) 천척절애(千尺絶崖)에 한번 굴러 보느냐.




금강산의 기암괴석과 수많은 봉우리 그 절경 가운데 시인은 아주 조그마한 것에 시선을 집중시킨다. 풀끝의 이슬 하나. 이슬처럼 구슬구슬 맺혀 구르는 시인의 시선이 사뭇 서늘하게 느껴진다. 그 서늘함은 구룡연 천척절애를 단숨에 내리닫는 장쾌함으로 일순 변모한다. 사나이로서 가져보고 싶은 기개와 웅혼이 거기 콸콸 넘쳐흐른다. 미시적인 것에서 거시적인 것으로 옮겨가는 저 찰나의 힘! 기운차다. 아니 아찔함의 쾌락이 있다. 물은 창조의 신비와 탄생, 부활과 풍요, 성장의 원형 상징 모티브를 가지고 있다. 그러기에 시인들은 물을 그리워하는 많은 시를 남겼을 것이다. 이 시조에서의 물도 마찬가지다. 한 번 소리 내어 읽어보라. 처음의 느린 템포가 점점 빠르게 내딛다가 일거에 칼날로 쳐 내리는 언어도단(言語道斷)의 아슬한 바스라짐과 햇빛이 번쩍번쩍 하는 눈부심이 느껴지지 않는가. 자유시로서는 도저히 가 닿을 수 없는 사설시조의 미학이 바로 여기에 있다.
이지엽(경기대 교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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