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교 시인의 '생명의 날개'
2004.08.02 23:17
김영교 시인의 '생명의 날개'
밤마다 가슴에는 피폐한 모래바람이 일었다
어느 날
날아온 햇살 한 조각이 꽂히던 찰라
어디선가 물 흐르는 소리
잠자던 의식의 솜털들이 파르르 떨며 눈을 떠
뼈를 세우고 피를 돌려
계절의 안팎을 훑는다
건져 올린 목숨 하나
껴안고 함께 춤을 춘다
발끝에서 시작하여
가슴을 뚫으며 통과하는 춤
이제는 봄이 몸을 푸는 강물 따라
나이가 너울대며 춤을 춘다
자연의 초록심장을 돌아
생명의 날개 서서히 퍼득대며
세상혈관을 춤추며 흐른다.
<생명의 날개>중에서
어둠 속에 갇혀있는 피폐된 삶에 빛 한 줄기가 와 닿았다. 그쳤던 물을 흐르게 하고 잠자던 의식의 눈을 뜨게 하는 변화, 무너졌던 뼈가 일어나고 피가 다시 돌기 시작하는 충격인 것이다. 옛 것이 사라지고 새로운 삶이 전개되는 모습이다. 마치 에스겔서에 있는 "골짜기 지면에 널려있는 뼈가 하나님의 생기(生氣)로 다시 살아나는 현상"을 보는 듯싶다. '다시 살았다'는 그 실감은 죽음에 직면해보지 않은 사람들이 얼마나 절실하게 느낄 수 있는 것일까. 김영교시인은 암과의 투쟁에서 건재하다. 덕분에 봉사와 헌신을 자신의 새로운 삶의 목표로 잡고 열심히 뛰고있다. 새롭게 태어난 생명의 날개를 치며 세상혈관에 생명의 피가 콸콸 돌아가도록 최선을 다하는 모습, 이처럼 예수의 부활 의미도 막연한 관념적인 면에서 현실적으로 자신의 삶에 적용할 수 있다면 더욱 큰 기쁨과 함께 살아갈 수 있으리라.
2003-12-09 02:3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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