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튜울립을 꿈꾸는 병사

2008.01.13 01:24

임혜신 조회 수:750 추천:1

하얀 투울립을 꿈꾸는 병사



그는 꿈꾼다, 하얀 튜울립을, 올리브나무 가지를,  
저녁 꽃망울 속 그녀의 가슴을,
그는 꿈꾼다, 새를, 레몬꽃 속의 새를,
분석하거나 따지려 하지 않는다, 꿈을,
그러나 그는 안다. 느끼고 냄새 맡을 수 있을 때,
조국이란 어머니가 끓인 커피를 마시는 일이며
저물 무렵 집으로 돌아오는 일이라고, 그는 말한다

조국의 영토는?
그는 대답한다 그런 것은 모른다고
어느 시에서처럼 내 살과 피로 조국의 영토를 느끼지는 못한다고
그 때, 갑자기 나는 보았다, 식품점과 거리와 신문의 조국을

나는 물었다, 하지만 당신은 조국을 사랑하지 않소?
내 사랑은 피크닉이며 한 잔의 와인이며 사랑의 속삭임이라고
그는 대꾸한다
-조국을 위해서 죽겠소?
-아니오, 조국은 내게 한낱 이야기와 불타는 연설, 그 이상이 아니오!
그들은 조국을 사랑하라 가르쳤지만 나는 가슴으로 느낀 적이 없소
나는 조국의 뿌리나, 나뭇가지나, 풀향기를 맡은 적이 없소

-조국에의 사랑은? 그 사랑이 태양처럼, 욕망처럼 타오르지 않았소?
그는 나를 바로 보며 말했다: 나는 총으로 조국을 사랑하오
과거의 쓰레기, 그 속에서 폭로되는 잔치로,  덧없고 나이도 모르는 저
귀머거리 우상으로.

그는 또 말했다, 이별의 순간을, 조용히 눈물을 닦으며 그를 배웅하던
어머니를,  비둘기떼가 전쟁터로 날아들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몸 속에 낳아놓던 어머니의 고통스런 목소리를

그리고는 담배를 꺼냈다, 담배를 꺼내면서 그는 말했다
마치 피의 늪에서 달아나는 듯,
나는 하얀 튜울립을, 올리브가지를,  새벽 레몬나무 위의 즐거운 새를 꿈꿀
뿐이었소,
-그럼 무엇을 보았소?
-내가 한 일,: 피처럼 붉은 가시딸기 나무를 보았소.
나는 그것들을 모래 위에 터뜨렸소....그들의 가슴에....그들의 배 위에.
-몇 명이나 죽였소?
-헤아릴 수 없소.
메달은 하나를 받았을 뿐이오.

고통스럽게, 나는 물었다, 그가 죽인 자에 관하여

자리를 고쳐 앉으며, 접은 종이를 만지작거리며 그가 말했다,
깨어지는 노래처럼:
그는 돌 위에 텐트처럼 쓰러졌소,  팔뚝에 쏟아지는 탄피를 맞으며.
이마에는 피의 관이 씌워졌소. 그의 가슴에 메달은 없었소.

그는 잘 훈련된 병사가 아니었소, 농부나, 노동자나, 잡상인으로
보였다오.
텐트가 무너지듯 그는 죽어갔소. 마른 도랑의 언덕처럼 벌린 채.
이름을 鱇틂뻔?내가 그의 주머니를 뒤지자, 두 장의 사진이 나왔다오,
그의 아내, 그리고 그의 딸.

슬펐소? 내가 묻자
내 말문을 막으며 그는 말했다, 무하마드, 친구여,
슬픔은 전쟁터로는 오지 않는 하얀 새라오.
또한 군인이 슬픔을 느끼는 것은 죄인 것이오.
나는 지옥의 불과 주검을 뿜어내는 기계였소.
세상을 검은 새로 만드는 기계,

그리고 첫사랑을 얘기했다,  또
먼 곳의 거리와 전쟁에 관한 라디오와 신문의 영웅스런 반응을 얘기했다.
그가 손수건에 기침을 할 때, 나는 물었다:
우리 또 만날 수 있겠소?
물론이요, 하지만 어느 먼 도시에서 일거요.

네 번 째 잔을 채워주며, 나는 장난스럽게 물었다:
지금은, 쉬는 중이오? 조국의 영토는 어떡하고?
장난치지 마시오, 그는 대답했다.
나는 하얀 튜울립과, 노래가 흐르는 거리와, 불빛이 있는 집을 꿈꿀 뿐이었소.
나는 총알이 아니라 따스한 가슴이 필요하오.
승리에 미친 파찌의 순간이 아니라 눈부신 날이 필요하오
전쟁의 무기가 아니라 즐거운 웃음으로 사랑할 아이가 필요하다오
나는 죽음의 증인이 아니라 태양을 받들어 살기 위해 태어났소.

그렇게 그는 떠났다. 하얀 튜울립과 새벽, 올리브나무 가지 위의
새를 찾아서.
오직 느끼고 냄새 맡을 수 있는 것만을 아는 자,
조국이란, 그의 말대로, 어머니가 끓인 커피를 마시는 일이며
저물무렵 안전하게 돌아오는 일 뿐인 자는,





*파키스탄의 저항 시인, 마하무드 다위시 시를 무니어 아카쉬와 캐롤린 포쉬가 영역한 것을  한글로 다시 번역했습니다.
(American Poetry Review, March/April, 2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