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근의 [노래-경주남산]
2008.01.12 00:31
노래- 경주남산
정일근
“ 그리운 그 노래 아직 듣지 못했습니다. 아주, 아주, 오랜 옛날 월성
동쪽 용궁 남쪽 황룡사 구층목탑 그늘에 기대어 서서 그대는 노래를 들
려 주겠다 약속하였지만 아직 그 노래 듣지 못했습니다. 이제 탑도
사라지고 절과 사직도 사라져 고즈넉한 가을 절터와 당간지주만 남아
쓸쓸한데 돌 속에 묻혀서도 속절없이 천 년 신라 쪽으로 열려 있는 눈
과 귀, 그대 언제쯤 서라벌에서 부는 바람 편에 안부와 주소가 적힌 길
고 긴 사랑의 편지 보내주시겠습니까, 그 편지 받으면 비파암 지신 석가
께서 낮잠에 드는 봄날 오후, 바위 위에 벗어둔 가사 슬그머니 훔쳐
입고 그대 만나러 저잣거리로 내려가겠습니다. 내려가 그리운 그대
노래 한 소절만 들을 수 있다면 다시 돌 속에 잠겨 흘러갈 오랜 잠이
두렵지 않을 것입니다. 그 노래 허리에 띠로 감고 앉아 또 한 천 년 무작정
기다릴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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