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살나무-손택수

2004.08.11 0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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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살나무



손택수



언뜻 내민 촉들은 바깥을 향해

기세 좋게 뻗어가고 있는 것 같지만

실은 제 살을 관통하여, 자신을 명중시키기 위해

일사불란하게 모여들고 있는 가지들

자신의 몸 속에 과녁을 갖고 산다

살아갈수록 중심으로부터 점점 더

멀어지는 동심원, 나이테를 품고 산다

가장 먼 목표물은 언제나 내 안에 있었으니



어디로도 날아가지 못하는, 시윗줄처럼

팽팽하게 당겨진 산길 위에서



*********



화살나무란 우리나라 산야에서 자라는 노박덩굴과의 활엽 관목으로 그 줄기는 지팡이나 화살재료로 쓰인다고 한다.

흔히 화살이란 활시위를 떠나 먼 과녁을 향해 날아가 명중하기 마련이 아닌가. 그러나 이 시속의 화살나무의 형상은, 바깥이 아닌 내부를 향해 그 화살촉들이 일사불란하게 모여들고 있다고 시인은 그려낸다. 시인의 독특한 상상력과 심도 깊은 사유가 화살에 대한 보편적인 생각을 경이롭게 반전시킨다.

이 화살나무는, 곧 우리의 의식을 외면적 풍경보다는 우리 내면으로 자각의 눈을 되돌리게끔 만들고 있다.

우리가 추구하는 모든 욕망, 이상, 모든 맹목적이거나 이성적인 화살촉마저도 내게서 출발한 모든 것이므로 곧 나에게서 비롯된 근원의 유기적 관계와 연관되어 있음을 시인은 이미 간파한 것이다.

점점 중심으로부터 멀어지는 그 나이테의 동심원 역시 화살나무가 품고 있는 원심력의 팽팽한 상호성에 연루되어 있음을 또한 시사하고 있다.

‘가장 먼 목표물은 언제나 내 안에 있었으니’라고 시인은 밖으로 당겨진 화살이 모두 안으로 당겨지고 있다는 자각에 도달한다. 이 시속의 화살나무는 범상치 않은 시인의 시선과 반전에 의해 빛을 내뿜고 있다. 마치 화살나무의 내부가 불이라도 켜진 것처럼 눈이 부신 듯 함은, 아마도 그 긴장된 화살촉들이 모두 내부를 향하여 팽팽하게 당겨지고 있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손택수 시인은 1970년 전남 담양 출생. 199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으며 시집으로 ‘호랑이 발자국’이 있으며 부산작가상을 수상했다.<신지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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